나의 이야기

어렸을적 내가 즐겼던 정월 대보름

아침햇쌀 2011. 2. 14. 08:40

음력으로 정월의 절일로는 설과 대보름이 있습니다.

옛날 풍속은 대보름을 설처럼 여겼었지요.


제가 어렸을 때 즐겼던 대보름 풍속들을 떠올려보면

대보름날 잠을 일찍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는 설이 있어 온 집안에 등불을 켜 놓고 뜬눈으로 밤을 새웠던 기억.

 


원래 대보름의 풍속은 농경을 기본으로 하였던 고대사회로부터 풍농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유래되었다고 봅니다.

우리집에서도 ‘노달기’라 하여 어른들은 휴식을 취하면서 농사준비를 하였고

가마니짜기, 새끼꼬기, 퇴비만들기, 농기구의 제작이나 수리를 하기도 했지요

 


마을 대동회에서는 볏짚을 이용하여 암줄과 숫줄을 만든 후 지역을 나눠 줄다리기 놀이를 하였는데

암줄이 이기면 풍년이 든다는 믿음을 같게 하였답니다.

지금도 우리 이천에서는 용면리 마을의 용줄다리기가 그 맥을 이어 오고 있지요.

 


풍농을 기원하는 지신밟기가 있는데 지신밟기는 

대보름 무렵에 마을의 풍물패가 집집마다 돌며 흥겹게 놀아주고 축원해 주는 것이랍니다.

집집마다 다니며 놀아줄 때 집주인은 음식을 마련하여 풍물패에게 대접하였지요.


개인적인 의례로는 대보름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부스럼 깬다.’하여

밤, 호두, 땅콩 등을 깨물며 일 년 열두 달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도록 축원하였답니다.

이를 위해 우리 어머니는 대보름장이 서는 이천장에 10리도 더 되는 길을 걸어 가셔서 호두, 땅콩 등을 한 아름씩 사오기도 하였지요.

 


또 아침 일찍 일어나 사람을 보면 상대방 이름을 부르며 ‘내 더위 사가라’고 외쳤답니다.

이렇게 더위를 팔면 그해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게 하였던 것이지요.


대보름날이면 액연 띄운다고 하여 연에다 액(厄) 혹은 송액(送액) 등을 써서 연을 날리다가

해질 무렵에 연줄을 끊어 하늘로 날려 보냄으로써 액막이를 하였답니다.

 

이와 함께 농촌에서는 겨울이면 썰매타기와 연날리기 풍습이 있었지요.

사랑방에 모여 대나무를 쪼개고 연 모양대로 한지를 오려 붙여 연을 만든 후 연싸움도 하였답니다.

 

 

대보름 날 밤에는 달맞이 풍속이 있습니다.

달맞이는 초저녁에 높은 곳에 올라서 달을 맞는 것으로 먼저 달을 보는 사람이 길하다고 하였습니다.


이밖에 달집태우기, 쥐불놓기, 횃불싸움 등도 있었지요.

달이 떠오를 때 동네 사람들이 넓은 빈터에 모여 볏짚을 쌓아서 만든 달집을 태웠답니다.

그리고 풍물에 맞추어 함께 춤을 추고 타오르는 달집 주변을 돌면서 한 해 동안 마을에 좋은 일만 일어나기를 기원하였지요.

 


대보름날 아침에 대문 밖에 나가면 예쁜 복조리가 걸려 있었습니다.

마을 청년들이나 노인들이 복조리를 걸어 놓은 것인데 복도 주지만 기금마련의 일환이기도 하였지요

어느 가정이든 복조리를 사서 집안에 걸어두었는데 이것은 복조리를 걸어두면 복이 온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이 밖에 대보름날 아침 어른께 데우지 않은 청주를 드시게 하여 귀가 밝아지길 바라는 귀밝기 술을 드렸는데

이 술을 드시면 일 년 내내 좋은 소리만 들려온다나요.

 

가장 재미있는 놀이가 윷놀이랍니다. 우린 요즘도 온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윷놀이를 하지요.

아마도 윷놀이는 영원히 남을 우리들의 놀이가 될 것 같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즐기고 있으니 말입니다.

요즘도 각종 모임을 통해 윷놀이를 하며 친목을 다지는 기회를 갖고 있어요.

 

옛날엔 마을의 넓은 광장에 모여 표를 사서 윷놀이를 하면 푸짐한 상품도 있었지요.

 

 

정월은 한 해를 시작하는 달로써 그 해를 설계하고 일 년의 운세를 점쳐보는 달이었답니다.

옛날부터 전해오는 풍속이 오늘날에 까지 전해오는 아주 소중한 우리 민족의 놀이들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