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관광

돼지마을 촌장의 돼지 단상

아침햇쌀 2015. 2. 25. 09:30

[이천농촌체험관광 스토리 아홉. 돼지보러오면 돼지 이종영]

 

하나, 돼지 오줌보 축구놀이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면 누구나 어릴 적 돼지와 관련된 추억 하나 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내게도 양돈을 업으로 삼기 이전부터 지금까지 항상 명절이나 동네잔치가 있는 날이면 떠오르는 돼지에 관한 추억이 있다. 이 추억은 아마 베이비 붐 세대들에게는 공통된 추억이 될 것도 같다. 우리 세대가 어렸던 시절에는 끼니 해결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리고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는 날은 일년 중 몇 번에 지나지 않았다. 이 특별한 날은 설, 추석이나 동네잔치가 있을 때 정도였다.

 

 

그리고 지금의 내 나이 정도 된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돼지 오줌보로 만든 공을 가지고 놀던 축구놀이가 생각이 날 것이다. 가을걷이가 끝난 동네 논바닥에서 돼지 오줌보에 공기를 넣어 축구 놀이를 하다가 지쳐갈 즈음이면, 돼지오줌보도 말라가며 쭈글쭈글 해져서 더 이상 찰 수가 없었다. 그래도 어느새 날도 어둑어둑해지고 어른들도 모두 술을 한잔씩 하시고 집으로 가신 후에야 끝이 나던 돼지오줌보 축구였다. 브라질의 축구황제 펠레도 돼지 오줌보를 차면서 축구에 대한 꿈을 키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지금은 축산물 처리장(L·P·C)에 가면 오줌보를 많이 구할 수 있어서, 하루 종일 마르지 않은 새 공으로 교체해 가면서 실컷 축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제는 함께 할 동네 아이들이 없음이 참으로 옛 시간들을 더 그립게 한다.

 

 

둘, 수퇘지 불까기 기술자
요즘 수퇘지를 키울 때, 수퇘지 특유의 냄새(웅취, Boar taint)를 방지하기 위해 소처럼 거세를 한다. 그 냄새에 대한 이론마다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지만, 극히 적은 수의 웅돈만 웅취가 나는 것으로 알고있다. 그런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수퇘지를 거세하는 것이다. 소의 경우에는 거세가 육질을 부드럽게 하고 성질을 온순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지만, 돼지는 사실 냄새가 날 확률이 아주 낮은데도 모든 수퇘지를 거세한다는 것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옛이야기를 하려다 다른 방향으로 갔는데, 어린 시절 우리 동네에는 불까기-당시는 그렇게 부른-기술자가 있었다. 지금은 몇 마리만 시술을 해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당시의 불까기는 기술자의 몫이었다. 메스나 연필 깎는 칼 하나만 가지고도 큰 기술을 자랑할 수 있었던 시절에 그 기술자는 돼지 한 마리 시술해 주고 콩이나 쌀, 새끼돼지 한 마리를 받아 가기도 해 수입이 꽤나 좋았다. 그리고 자기가 무슨 수의사쯤 되는 듯이 행세하기도 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야말로 돌팔이였는데... 무면허 의료행위(?)로 많은 수입을 올렸을 그 분이 부자가 되었는지 궁금하다.

 

 

셋, ‘삼겹, 오겹, 천겹’이란?
돼지고기를 ‘삼겹살’이 대표한다는 건 참으로 혼란스러운 일이다. 돼지고기에는 ‘삼겹’ 말고도 맛이 좋은 부위가 얼마든지 있는데, 한 마리 잡으면 전체 중 1/5 밖에 나오지 않는 ‘삼겹살’을 마치 돼지고기의 전부인 듯이 인식하고 있다. 이는 돼지고기 소비를 편중시켜서 가격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영양 면에서나 경제적인 면에서나 소비자에게도 이롭지 못한 일임에 틀림없다. 이런 이유로 돼지고기 중 ‘겹’자가 들어가는 부위에 대해서라도 제대로 알려야겠다. ‘삼겹’은 가장 많이 알려져 있으니 설명조차 필요 없을 수도 있겠지만, 이 부위는 ‘돼지의 옆구리 뱃살 중에서 지방과 살이 층을 이룬 부분으로, 마치 대리석처럼 마블링이 가장 잘 된 부분이다. 구이용으로 최고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숯불구이를 할 때에는 지방이 떨어지면서 불이 붙는 등 부작용도 많다.

 

 

‘오겹’은 ‘삼겹’보다 두 겹이나 더 많은 겹을 가지고 있으니 더 비싸게 인식이 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참 아이러니 한 얘기다. 돼지를 잡으면 껍질을 벗기는 도축방법과 털만 뽑는 도축방법이 있는데, ‘오겹’은 털만 뽑은 고기이다. 당연히 털만 뽑으면 고기 생산량이 더 많아 져서 가격이 낮아야 하는데, 현실을 그렇지 않다. 어쨌든 ‘오겹’이 ‘삼겹’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끝으로 ‘천겹’이란 가장 나중에 만들어진 말이다. 나의 지인 몇 분이 서로 자기가 만들어 낸 말이라고 주장을 하니, 현재는 그 진위를 확실하게 입증을 할 수 없다. 아무튼 ‘천겹’은 돼지의 여러 부위 중에 ‘항정’이라는 부위를 일컫는 말인데, 이 부분은 아주 적은 양만 생산이 된다. 마블링의 차원을 넘어서 예술적이기까지 한 부위라서 그냥 듣기 좋게 ‘천겹’이라고 부르게 된 것 같다. 어쨌든 ‘천겹’은 돼지고기의 여러 부위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면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넷, 돼지고기는 자양강장 식품
‘해구신, 뱀, 비아그라, 누에, 자라...’ 주로 남성들이 좋아하는 식품들이다. 이 식품들을 선호하는 이유와 그 기준을 따져보니, 우리의 식품 중 돼지고기 보다 더 좋은 자양강장식품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돼지를 자연교배 시켜가며 농장을 운영할 경우에 15~20:1의 성비로 수퇘지를 보유해야 한다. 돼지는 교배시간이 평균 5분 이상이나 지속이 된다. 그리고 또 중요한 사실은 ‘돼지의 1회 사정량은 평균 150~450ml’라는 사실이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효능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 인정받은 경우도 꽤 많이 있다. 그 효능에 대해 대략 살펴보면, 돼지고기의 비타민F는 필수지방산으로 뇌질환 억제, 뇌 활동을 촉진시키며,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비타민 B1이 쇠고기 보다 10배나 많다.

 

 

옛날 활자판을 만드는 사람은 1주일에 꼭 한번 씩 돼지고기를 먹었을 정도로 중금속을 몸 밖으로 밀어내는 기능이 우수하디. 또한 육질이 연하고 소화 흡수가 잘 된다. 비타민B1과 양질의 단백질이 많아 윤택한 피부를 유지하게 해준다. 이렇게 좋은 돼지고기를 놓아두고, 위에 열거한 식품들을 비싼 돈을 지불해 가면서 사 먹을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다섯, 국산 돼지고기를 애용해야 하는 이유 우리나라의 ‘신토불이(身土不二)’,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운동이야 말로 그냥 지나쳐 버리기에는 너무 중요한 말들이다. 이 용어가 ‘그 땅에서 생산한 것은 그 땅에서 소비해야 된다.’는 뜻임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 말을 통해 강조하려는 것은 식품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40~50년 전의 우리는 외국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나라였다. 미국에서 주는 밀가루를 받아 학교급식용 빵도 만들고, 국수를 비롯하여 밀가루를 이용한 여러 음식들을 만들어 먹었다. 당시의 밀은 가난한 서민들에겐 굶주림과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먹거리였고, 그때는 그저 고마워하면서 받아먹기에만 급급했었다.


이후 수십 년이 지나며 우리나라가 경제대국으로 발전을 하는 사이에, 그 원조 물품들이 우리의 입맛을 바꾸어 놓았다. 우리의 주 농산물인 쌀은 남아돌고, 이제 와서는 밀가루 없는 식생활이 불가능 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게 되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밀가루는 공짜로 얻어먹던 음식인데, 요즈음은 무척 비싼 먹거리가 되어 버렸다. 내가 우려하는 것이 바로 돼지고기도 밀가루처럼 수입에만 의존 하는 먹거리의 하나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한우는 우리 민족의 정서상 조금만 노력한다면 좀처럼 그 영역이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최근의 돼지농장에 대한 혐오감과 불신은 돼지 사육 의지를 약하게 하고, 결국은 사육 마리 수가 줄어들어 수입에만 의존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되는 것이다. 나는 주말이면 돼지 공연에 앞서 양돈은 생명 산업이라고 이야기한다.

 

정부의 강력한 보호정책과 국민들의 응원이 없다면, 양돈산업도 결국은 밀가루처럼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는 것이다. 밀가루 시장을 회복해 보고자 일부에서 자구책으로 ‘우리 밀 가꾸기 운동’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미 잠식된 밀가루 시장은 비싼 우리 밀로는 가격 면에서나 여러 가지면 에서 수입품에 대적하기 힘들다. 굶주림을 극복하기 위한 원조가 심각한 식량전쟁을 가져 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라도 돼지고기를 비롯한 쌀 등, 우리의 국민의 기본 먹거리를 지켜내기 위해 ‘식량 안보’, ‘식량 주권’ 등의 농업의 기본을 지켜 내는데 우리 국민 모두가 앞장 서 주기를 간곡히 기대한다. 아울러 축산인의 한 사람으로서 위생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로 국민이 안전하고 안심하게 먹을 수 있는 돼지를 생산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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