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농촌체험관광 스토리 열하나. 쪽빛나라 김성동]
삼형제 중 둘째인 저는 보석가공업을 하셨던 부친의 뜻에 따라, 대학시절부터 짬이 나면 배낭하나 메고 자연 보석을 찾는다는 명분으로 외국의 오지로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들리게 된 작은 마을에서 처음으로 쪽빛을 접하게 되었지요. 특히 물에서 얼룩지게 나와 공기 중에서 파랗게 변해가는 쪽빛은 마술과 같았습니다. 푸른 쪽빛은 순식간에 저를 매료시켰고, 그들이 염색하는 모습은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당시에는 그것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단순히 ‘염색하는 것이구나.’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한 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그것에 대해서 궁금하였고, 나름대로 알아보고 싶은 호기심이 일어났습니다.
제 고향은 남해입니다. 어릴 적부터 푸른 바다와 푸른 하늘을 보고 자란 탓에 쪽빛에 더 끌림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이후 높고 맑은 가을 하늘을 쪽빛 하늘이라고 하고, 깊고 푸른 남해안 바다를 쪽빛 바다라고 하는 쪽빛(藍)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쪽빛은 인디고(Indigo)라는 색소를 함유하고 있는 쪽풀에서 나온다는 걸 알았고, 어떤 원리에서 염색이 가능해 진다는 것에 대해서 공부하며, 한편으론 쪽 색소를 가지고 연구하고 실습하는 재미난 놀이가 시작되었지요. 95년 그 시절, 어렵게 구한 몇 낱의 쪽씨로 텃밭에 우리나라 쪽풀 농사도 지어보았습니다. 궁금증으로 시작된 쪽에 대한 관심은, 무역 일을 하던 사무실을 쪽 놀이터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사무실은 이상한 냄새가 나는 실험용 병들로 가득해졌고, 이를 못 견딘 직원들의 원성은 커져만 갔어도 저는 이 놀이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의 조건에 따라 그리고 쪽색소를 발효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첨가물(막걸리, 청주, 밀기울, 물엿, 설탕, 조청 등)에 따라, 무수히 변화되며 쪽물에 나타나는 다양한 무늬와 색의 변화는 제게 작은 즐거움을 누리게 해주는 기쁨이 되었습니다. 마치 좋아하는 화분을 키우듯... 쪽 색소를 발효시키기 위한 최적의 조건들과 환경 요건들을 알게 되었고, 자유롭게 발효 쪽 염색을 하게 되었을 때의 기쁨은 지금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저는 이제 쪽물을 들이는 ‘물장이’가 되었습니다.
물장이가 된 저는 15년 전부터 쪽물들인 옷과 양말, 내의를 입고 지냅니다. 땀이 많이 나는 체질인지라, 쪽 염색 된 옷 등을 입으면 몸이 편한 걸 느낍니다. 쪽은 예로부터 물들이는 염료로 사용되었고, 한편으론 청대(靑黛), 청포(靑布)라는 약재명의 한약재로도 사용되어 왔습니다. 지금은 쪽의 효능을 알고 생활 속에서 활용하는 회원들이 점점 많아 지고 있습니다. 쪽물을 들인 옷감은 방충 성분이 있어서 벌레가 먹지 않으며, 살균, 해독작용이 있어서 상처를 입거나 벌에 쏘였을 때도 치료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곰팡이가 생기지 않으며 벌레로부터 종이가 보호되기에 한지에도 쪽염을 하여 사용했습니다.쪽빛은 귀하여 어머님들께서 딸을 시집보낼 때 혼수로 쪽염 이불을 해주고 싶은 바람이 있으셨고, 그 약리작용 또한 강하여 돌림병이나 역병이 돌게 되면 쪽 염색 된 천을 삶은 물을 마을주민들이 나눠 마셔서 전염병을 피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쪽물 염색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품종으로 자생 또는 재배되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쪽 종류가 인도쪽이며, 쪽(indigo)의 어원(india+go)이 되기도 합니다. 유럽에서는 대청을, 일본오키나와에서는 유구쪽을 사용하여, 각 나라와 지역에 맞는 염색법으로 발전되어 왔습니다. 기원전 4천 년 전의 쪽염에 관한 제조방법이 있으며, 기원 전 3천년경의 고대 이집트 미이라를 감싸고 있던 청대 쪽염 아마포 등의 유물이 있습니다. 여기서 당시 쪽염 기술이 상당한 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쪽염과 관련이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두어 가지 알려 드리지요. 우선, 이집트에서 유행했던 나일 블루(Nile Blue)라는 두꺼운 아이섀도의 눈 화장을 기억하십니까? 그렇죠! 클레오파트라의 두꺼운 눈 화장법과 흡사한 거죠. 이집트사람들이 눈 화장을 한 것은 시각적으로 시원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 뿐 아니라, 해충과 세균의 접근을 방지하여 눈병을 예방하는데 그 목적이 있었습니다. 또한,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에는 방울뱀과 전갈과 같은 독충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포장마차 천에 천연 인디고를 염색하여 옷으로 입었는데, 이 옷이 어떤 옷의 기원이 되었답니다.
바로 지금의 청바지 기원이 됩니다. 예로부터 쪽 밭에는 뱀이 없다고 합니다. 동서양이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쪽의 기능이기도 합니다. 6.25전쟁 이후에 단절된 우리 쪽 염색은, 남아있는 염색관련 자료가 많은 것도 아니고, 근근이 구전되어져 오던 자료들을 근거로 복원되어 왔습니다. 10여년 전, 부모님께서 “쪽 염색으로 살아가고자 하면, 더 발전된 일본이나, 독일 등 선진국으로 유학을 가서 배워야 하지 않겠냐?”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바탕 없이 외국의 그것들만 배우게 되면 우리 환경에 맞는 온전한 우리 것을 만들어 갈 수 없다고 생각해 지금까지 스스로 노력해 오고 있습니다.
쪽풀에서 나온 쪽빛은 그 색감이 아름답고, 쪽 색소 속에는 우리 생활에 이로운 성분이 많습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쪽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을 하고자 하며, 세계 속에 우리 쪽빛을 알리고자 열심히 나아가고자 합니다. 자연 보석을 찾아다니다 찾아낸 ‘쪽(indigo)’은 천연염색 분야에서는 으뜸! 최고의 가치가 있는 귀한 보석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쪽에 대해서 더 잘 알아보고자 연구하고 실험하며 지나온 시간은 쪽이라는 원
석을 잘 갈고 닦아 더욱 귀한, 보석 중의 보석으로 만들어 가기 위함이었습니다.
저만이 보석을 찾은 것은 아닙니다. 여기 함께 하고 계신 여러분 모두 나름으로 찾은 귀한 보석들(도라지, 한과, 도자기, 포도, 복숭아등)을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이천에 와서 찾은 보석은 지금, 여기에 함께하고 있는 여러분들이십니다. 보석은 잘 닦아감으로써 더욱 그 빛을 발합니다. 앞으로 여러분들과 함께 하며 좋은 기회로 맺어진 인연을 잘 갈고 닦아서 더욱 귀한 보석으로 만들어 가고자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저 또한 여러 분들께 귀한 보석이 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무더운 여름, 지치시면 ‘차가운 어름박골, 푸른 쪽빛이 넘치는 쪽빛마을’로 오세요! 더위가 싹~ 달아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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