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농촌체험관광 스토리 일곱. 칠성농원 이순열]
-복숭아나무와 모성애-
처음 우리 부부가 귀농했을 때, 지금의 과수원에는 배, 사과, 복숭아 ,앵두나무가 섞여 있었습니다. 그 과정은 이렇습니다. 유실수를 심기로 작정은 했는데 딱 집히는 작물이 없어, ‘어떤 과일나무를 심을까?’ 고민을 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너무나 단순하게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뭐지?’라는 질문으로 나무를 선택해 심었습니다.
“앵두 좋다~!” 제가 외쳤습니다. 도시에서 한 종지씩 사 먹어 보던 그 맛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배도 좋아.” 그 달큰~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지 않습니까? 그러다 ‘사과는 어떨까?’라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그저 생각나는 대로 우리가 좋아하는 과일을 심었습니다. 그런데 고민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그게 돈이 될까?” “그건 아니다.” “음~! 그럼 복숭아 어때?” “그래, 그거 좋겠네~!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잖아.” “오케이~”
그래서 다른 유실수를 다 베어 내고 복숭아 전업농이 된 것입니다. 참 단순하지요! 참 단순한데다가, 실은 아는 것 하나 없는 상태로 귀농을 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작목을 할 능력이 안 되어 내린 결론이었던 것이죠.그런데 복숭아나무를 키우면서 복숭아나무와 엄마의 마음이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점이 닮았다는 걸까요? 혹시 짐작 되시는 분 계시면 말씀해 주시겠어요? 옛날 정조 19년, 수원화성행궁에서 열린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에서 정조 임금님은 복숭아 과실과 종이로 만든 복숭아꽃 3천 송이를 헌화하였답니다. 이렇게 정조 임금님의 지극한 효성을 대신한 꽃이라 하여 ‘효도화’라고도 불렸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저는 복숭아나무를 13년 간 지켜보면서 알게 된 ‘복숭아의 모성’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 드리려 합니다. 복숭아나무는 해걸이를 하지 않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해걸이라 함은 한 해는 풍년이었다가 이듬 해에는 흉년이 되기도 하는 것을 말합니다. 해걸이를 하지 않는 복숭아나무는 언제나 처럼 늘 봄이 되면 화사하게 꽃을 피워냅니다. 그리고 꽃이 화사했던 만큼 과일도 많이 키운답니다. 포도송이라고 해도 될 만큼 동글동글한 복숭아들이 가지가 찢어질 정도로 열린 것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질 정도랍니다.
적뢰(꽃눈 솎기)를 하고, 적화(꽃 솎기)를 하고, 적과(과일 솎기)를 하는 것은 사람들이 경제성과 효율성에 맞춰 생산하고자 만들어낸 것일 뿐입니다. 자연스럽게 성장한 복숭아나무는 자기가 생산한 열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찢어지는 가지도 많답니다. 그리고 질 좋은 과실을 생산해 내기위해 노란 봉지로 예쁘게 옷을 입히는 봉지 씌우기를 한답니다.
복숭아나무는 겨울을 지내는 동안 추위와 칼바람을 견디다 못해 온 몸의 기운이 빠지고 쇠약해 졌음에도 불구하고 ‘나 죽을 것 같아서 더 이상은
꽃을 과일을 만들 수가 없어요.’라는 말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끙끙 앓는 소리조차 내지 못합니다. 혼신의 힘을 다하여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데 최선을 다하고, 노란 옷을 입고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 모습이 우리 어머님들을 참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꽃을 피우듯 세상에 생명으로 보내주시고, 열매를 맺듯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시고, 봉지를 씌우듯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동안 우리의 어머님은 어떤 고뇌도 자식들 앞에 보이지 않고 버티시다가, 이제는 삶의 끝자락에 서 계십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 자식을 길러 낸 어머니는 아마 힘에 겨운 사투를 벌이셨을 겁니다. 자식을 온전히 거두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다 찢어지는 복숭아 가지처럼, 온 힘을 다해 당신의 모든 것 이상을 자식에게 내어주며 당신의 몸을 돌보지 않은 어머니에게 치매라는 몹쓸 것이 찾아왔네요. 우리가 모녀지간인 것 도 모르시는 제 어머니와 얼마나 긴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을지... 속이 바짝바짝 타 들어갑니다.
복숭아를 참 좋아하시는 제 어머니는 복숭아나무가 당신과 참 많이 닮았다는 것을 아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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