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관광

도라지 사랑

아침햇쌀 2015. 2. 23. 08:03

[이천농촌체험관광 스토리 여덟. 길경농원 박일례]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은 이천에서 제일 살기 좋은 마을이라고 소문이 난 마을이다. 마을지명은 ‘소일’이라고 하는데 마을 생김이 소머리 같다고 해서 생긴 지명이다. 지금은 ‘내촌리’라는 마을명이다. 조선 말엽에 영의정 김좌근이 여주를 향해 가면서 강 건너 마을을 바라보며 ‘저 말 운치가 있고 살고 싶은 곳이다.’라고 생각하며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요즘 같으면 별장으로 정했던 곳이다.

 

지금은 이곳 안동김씨의 대가 끊기고 많이 쇠락했지만, 우리 마을이 살기 좋은 명당임은 맞는 것 같다. 지금도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소나무가 몇 백 년이 지나도 변치 않고, 적송, 해송과 같은 좋은 소나무가 많다. 들려오는 말로는 마을 앞 숲에 소나무가 앞을 가려서 안동김씨 영의정의 집에 손이 끊어 졌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내려오고 있다.

 

 

이 내촌리 마을에 시집 온지가 41년이 되었고, 가마는 안탔지만 전통혼례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 후 조그마한 사업을 시작하였지만 사업부진으로 시집으로 들어와 살게 되었는데 농사의 ‘농’자도 모르고 시집에 들어와서 보니 시아버님, 시어머님, 시동생들이 논농사만 짓고 있었다. 마을에서 제일 부자라고 하지만 시동생들, 시누이들 시집, 장가도 보내야 하고 돈 나갈 일만 남아 있었다. 시부모님께서는 알뜰절약하신 분들이라 그 재산을 지키고만 사시는 것을 최고로 여기셨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서 담배농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황기, 고구마까지 대농으로 변경하고 경운기로 장비를 배워서 논을 갈고 콤바인으로 벼를 털면서, 농지도 늘려가며 농사일에 빠진 농촌 여인네로 변해갔다.


친정어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지관을 보신 분이 나에게 “여기에 뒤따라서 오는 사람을 다 먹여 살려야 하고, 주머니에는 빚을 얻어서라도 돈을 꼭 담고 다닐 것”이라고 얘기를 하시면서 책을 보여주셨다.그리고 “농사만이 실패가 없다.”고 말씀하셨다. 농사를 지어보지 않은 나로서는 그 말씀이 계속 귀에 맴돌아서 농사를 저버리지 않고 끝까지 버티고 있는지 모르겠다.

 

 

언제인가 여우 골에 있는 무당배미 농지에 담배농사를 지었다. 처음 산 농지라 길도 없었지만 왠지 그 농지가 효자 노릇을 할 것 같았다. 그 밭에서 담배를 따다가 아침참을 먹은 후 깜빡 잠이 들었다. 그때는 아침 5시부터 일어나서 일을 하니 잠이 부족할 때였다. 꿈에 돼지 열두 마리가 우리 집 대문 안에 들어왔는데 내가 뒤뜰에 있는 돼지우리에 몰아넣었다. 잠을 깨고 나니 괜히 기분이 좋았다.

 

그 다음날 복권을 살까 하다가 시간이 없어서 못 사게 되었는데 어느 부부가 우리 마을을 찾아와서 도라지 심을 밭이 있냐며 묻는 것 이였다. 그 때만해도 도라지는 중국산 수입도라지에 치어 국내산 도라지는 재배하면 힘만 들었지 제값을 못 받을 때였다. 그래서 우리 집에 와서 이야기도 하고 도라지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를 듣게 되었고, 그분과 인연이 되어 도라지 농사를 배우고 도라지 농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와 굴곡이 많았지만 지금은 길경농원이라는 도라지 농원이 되었고, ‘심심산천애’라는 로고를 만들어 지금까지 열심히 운영하고 있다. 2006년부터는 도라지가공에도 힘을 썼다. 한의학박사님들과 한의학 서적에 나와 있는 좋은 약초를 찾아 키우고, 더욱 효과가 좋도록 가공하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2007년에는 첫 도라지이식을 했다. 3년근 도라지를 다시 이식해서 6년근 도라지를 재배 하는 것 인데 힘들게 6년 동안 키워왔지만 6년 근 생도라지로 판매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6년근 도라지로 가공을 하게 되었고, 6년근 약도라지와 이천쌀이 어우러진 명품조청 ‘꽉찬 6년근 도라지 조청’ 제품을 만들었다. 6년근 도라지조청은 달이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많이 힘이 드는 작업이다. 조청에 들어가는 도라지 건더기를 만들려면 5일정도 청만 졸이는데, 번거롭고 힘들지만 고객 분들이 달지도 않고 먹기도 좋고 믿음이 간다고 전화를 주실 때 매우 감사하다. 이천쌀축제 때에는 아기엄마가 아이들을 위해 조청을 많이 사주셨는데 그것 먹고 아이들이 감기가 안 걸려서 본전 찾았다고 전화가 왔을 때는 정말 너무 뿌듯했다.


최근에 개발 하게 된 제품은 6년근 도라지를 찌고, 건조하는 과정을 거쳐 홍삼 버금가는 홍도라지를 만들었다. 이 홍도라지로 홍도라지분말, 홍도라지즙까지 가공하여 요즘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금처럼 한창 여름에 도라지 밭에는 보라색 꽃과 흰색 꽃이 어우러져 피어 있는 모습을 보면 내 마음에 도라지사랑이 더 커져간다. 이 아름다운 도라지꽃을 직접 감상하며 국내산도라지를 먹고 캘 수 있는 주말농장을 운영하고, 농촌체험활동을 하여 도농교류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이제는 도라지의 효능을 충분히 경험했고, 소비자에게도 양심을 걸고 최선을 다해서 제품을 만들어 전하고 있다. 이 마을에 시집와서 반평생 시골촌부로 살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큰 포부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길경농원의 ‘심심산천애 도라지’가 제일 효과도 좋고 누구나 믿고 먹을 수 있는 도라지로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 도라지의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다 나도 그 꽃말처럼 영원히 도라지와 함께하며 그 꿈을위해 앞으로 더 발전하고 노력해서 나를 지원해주는 든든한 후원자이자 공급원인 ‘농사 베테랑’ 남편과 젊은 조력자 딸, 사위와 함께 더욱 도라지사랑을 키워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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