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관광

우렁각시 논과 물댄동산

아침햇쌀 2015. 2. 18. 10:42

[이천농촌체험관광 스토리 다섯. 물댄동산 이종필]

 

이천시 율면 산양리 라는 곳에는 ‘우렁각시’ 논과 ‘물댄동산’ 이라는 야생화 농원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드리려 합니다. 산양리라는 마을에 열 심히 벼농사를 짓는 총각이 있었습니다. 총각은 오두막에 살면서 날마다 개울건너에 있는 논으로 농사를 지으러 다녔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일을 하러 논으로 가던 길이었습니다. 개울을 건너며 총각은 혼잣말을 했습니다. “이 농사 다 지어 누구랑 먹을까?” 순간 어디선가 작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나랑 같이 먹지.” 총각은 자기의 귀를 의심했습니다. ‘에이! 내가 잘못 들은 거겠지.’ 그래도 미심쩍어 다시 한번 혼잣말을 해보았습니다. “이 농사 다 지어 누구랑 먹을까?” 이번에도 또 개울 쪽에서 “나랑 같이 먹지.”라는 작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상하다~!’ 기분이 묘해진 총각이 이번에는 큰 소리로 외칩니다. “이 농사 다 지어 누구랑 먹을까?” 개울 어딘가에서 또 “나랑 같이 먹지.”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얼른 개울로 달려가 보니 아무도 없고 커다란 우렁이 한 마리가 있을 뿐이었습니다. 하도 예쁘고 탐스러워서 그 길로 집으로 가져다가 물동이에 넣어두었지요.그런데 저녁에 일을 마치고 방으로 들어가 보니 누군가 밥 상 위에 하얀 쌀밥에 맛난 찌개와 반찬을 차려놓았어요. 참 희한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그런데 이튿날도, 그 다음날도 여전히 누군가가 저녁을 지어 차려놓았어요.


 

 

너무 궁금해진 총각이 하루는 논에 가는 척 하고 몰래 숨어서 지켜봤어요. 그랬더니 무언가가 물동이에서 ‘철부덩, 철부덩’하더니, 예쁜 아가씨가 나와서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어서 차려 놓는 거예요. 총각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아가씨가 다시 물동이로 들어가려고 할 때 얼른 나가서 아가씨 손을 꼭 잡고, ‘나하고 같이 살아요.’ 하고 말을 했지요.

 

그랬더니 아가씨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어요. 하지만 삼 일만 더 기다리면 진짜 사람이 되니까 기다려 달라고 했어요. 정말 삼일이 지나니 우렁이는 예쁜 사람이 돼서 총각과 혼인을 하고 총각은 우렁 신랑이 되어 같이 살았지요. 각시가 얼마나 이쁜 지 신랑은 도통 일을 하러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어요. 보다 못한 각시가 어서 일을 하러 다녀오라고 재촉을 하니, 신랑은 각시의 얼굴을 그린 종이를 가지고 논으로 나갔습니다.

 

쟁기질 한 번 하고 각시 얼굴 한번 보고, 새참 한 술 먹고 각시 얼굴 한 번 보고, 정말 행복했습니다. 둘은 열심히 일을 해서 잘 살게 됐답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란... 마음 편히 잘살게 되니, 우렁신랑은 자꾸만 놀고 싶어졌습니다. 신랑은 밖으로 나가서 술도 마시고, 놀기도 하며, 방탕하게 살았답니다. 우렁각시가 부탁을 하고 설득을 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더 신나게 놀았습니다. 둘의 사이는 점점 나빠졌어요.


참다못한 우렁각시는 다시 우렁이로 돌아가겠다고, 신랑을 떠나겠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우렁신랑은 용서해달라고 사정사정 했습니다. 그러나 우렁각시는 신랑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신랑을 떠나는 우렁각시는 “다시 돌아올께요. 하지만 세 가지 조건이 있어요. 내가 서방님께 드리는 세 가지 조건을 완수하는 그날, 다시 돌아올 거예요.”라고 말하며 떠나갔습니다. 첫째, ‘내가 좋아하는 꽃을 심어 주세요.’ 둘째, ‘꽃 세상을 만들어 주세요.’ 셋째, ‘일 년 내 내 꽃이 피게 해주세요.’

 

다음날부터 우렁신랑은 다시 열심히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각시가 가장 좋아하는 철쭉을 심었습니다. 계속 다른 예쁜 꽃을 심고 키워나갔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아내인 우렁각시와 약속한 대로 예쁜 꽃들이 일 년 내 내 피고 지는 아름다운 꽃 세상을 만들었답니다. 약속대로 우렁각시는 우렁신랑의 진정한아내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우렁각시에게 선물한 꽃 세상이 ‘물댄동산’입니다. 그 건너 편 논에서는 아내와 함께 먹을 벼들이 튼실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그 곳은 ‘우럭각시논’이지요.이 새벽, 잠든 우렁각시 제 아내의 숨소리가 평소와 다르게 ‘새끈’거립니다. 가만히 손을 뻗어 아내의 명치에 얹어봅니다. 명치가 유난히 팔딱입니다.

 

아내는 4년 전 위암4기 판정을 받고 위 3분의 2를 절제했습니다. 지금까지 잘 싸워 왔는데 요즈음 몸무게가 줄어 걱정입니다. 제 아내는 정말 부지런합니다. 병이 든 것이 아니라 하도 많이 움직여서 달고 달아 위가 그렇게 작아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성격도 참 밝답니다. 눈물이 많고 웃기도 잘 합니다. 얼마나 호탕하게 웃는지 오죽하면 교회의 한 권사님은 “나도 저렇게 한번 웃어봤으면...”하시더라구요.
 

 

전 제 아내가 좀 더 오랫동안 제 곁에서 그렇게 웃으면 좋겠습니다. 참! 우리 ‘물댄동산’에 대해 말씀 드릴게요. 왜 물댄동산이냐구요? 성경에 나온 이름인데요. 나지막한 동산에 물이 풍족하여 늘 풍성한 열매를 맺는 그런 곳이었으면 해서 지은 이름이지요.30평 쯤 조그맣게 철쭉으로 시작한 것이 지금은 이렇게 천 여 평의 농장에 500여종의 야생화가 피고 지는 아름다운 농원이 됐습니다. 농원을 더 예쁘게 꾸미기위해 서각도 하고 통나무공예, 도자기 등을 하기도 합니다. 50살이 넘어 시작을 했는데 과분한 칭찬을 많이 받는답니다.

 

 

그래서 어떤 때는 ‘내가 젊어서 시작을 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이제라도 이것저것 열심히 만들어 예쁘게 꾸미려고 합니다. 물댄동산에는 오두막도 있고, 작은 동산에 폭포도 있고, 물레방아에 합창하는 물고기들도 있답니다. 오리도 만들고, 새도 만들고, 여러 가지 재미있는 모양들을 만들어 농장을 찾는 분들과 즐거움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야생화를 가꾸다 보면 그 생명의 신비에 경이
로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봄이면 메마른 가지에서 새 순이 돋아나고, 빈 흙만 가득하던 화분에서 지난해 피었던 꽃의 새 싹이 어김없이 나오는 모습은 활짝 피어있는 꽃보다도 더 사랑스럽습니다. 겨울이 오는 시기를 미리 알고 꽃을 피우고 씨를 맺는 식물들을 바라보며, 농장을 찾는 분들과 함께 자연의 섭리를 이야기 할 때는 정말 행복합니다.
 

 

지금 아내가 저를 부르고 있습니다. 화분에 꽃을 심어 예쁘게 연출을 했나 봅니다. 목소리가 들떠 있거든요. 자랑이 하고 싶은 거지요! 빨리 가봐야겠습니다. 그거 아세요? ‘벌도 나비도 모두 들어가는 11월에 피는 꽃들은 혹시 남아 있을 벌 나비를 유인하기 위해 더 아름다운 색깔과 강렬한 향기를 낸다는 것’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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