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구제역과의 전쟁에서 해방된 주말 오후
인근에 가볼만한 곳을 찾다가 문득 남이섬이 생각났습니다.
21년 전 장인어른 회갑을 앞두고 가족들이 남이섬에서 삼겹살도 굽고 가족놀이의 추억이 떠 올라서지요.
꽤나 오랜 만에 가보는 남이섬. 잔득 기대를 안고 차를 몰았답니다.
서울에서 춘천가는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약간 쉽게 갈 수 있었지요.
선착장에 도착하고 승선권을 구입하여 남이섬으로 들어가는 배를 탔지요.
물살을 가르고 배는 5분여 동안 항해하여 남이섬에 도착하였습니다.
공중으로 가는 길도 있네요.
요금은 비싸도 공중에서 줄을 타고 이동하는 광경도 보았답니다. 흥미 진지해 보였습니다.
배를 비롯한 섬 입구와 섬 내 곳곳에 걸려 있는 만국기는 이곳이 남다른 관광지구나 흥미를 느끼게 하였답니다. 아마도 만국기는 남이섬을 방문하는 관광객 국가의 국기를 모두 모아 놓은 것 같았습니다.
남이섬은 가평군 가평읍 달전리에 관리사무소가 있고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방하리에 붙어 있는 육지로서 홍수 때만 섬이 되었다가 1944년 청평댐이 만들어 지면서 온전한 섬 모양을 갖추게 되었다고 합니다.
넓이 약 46만 평방미터, 둘레는 약 5km로 여의도 면적의 5분의 1 쯤 되는 북한강에 떠 있는 반달 같은 남이섬
남이섬은 남이장군묘의 이름을 따서 남이섬이라 불리기 시작했다고 전해집니다. 1965년에 섬을 매입한 수재 민병도 선생이 봉분을 만들고 추모비를 세웠으며 노산 이은상 선생이 추모 글을 짓고 김충현 선생이 글씨를 썼다고 하네요.
이 시로 인하여 남이장군은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고 합니다.
남이장군 시 (北征歌)
白 頭 山 石 磨 刀 盡 백 두 산 석 마 도 진
豆 滿 江 水 飮 馬 無 두 만 강 수 음 마 무
男 兒 二 十 未 平 國 남 아 이 십 미 평 국
後 世 誰 稱 大 丈 夫 후 세 수 칭 대 장 부
백두산의 돌은 칼 갈아 다하게 하고
두만강의 물은 말에 먹여 없애리.
사나이 스무살에 나라를 평정치 못하면
후세에 누가 대장부라 칭하리오.
몇 년 전만해도 남이섬에서는 뒤뜰에 김치를 묻었다고 합니다.
매점 앞이나 건물 앞에 김치움이 여러 곳 있습니다.
김치움은 김치들이 겨울잠을 자는 곳이지요. 다시 말해 김치냉장고라고 할까
여기 저기 전시되어 있는 사진으로 보아 김치축제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외국인들에게 우리 음식문화를 알리고 국가간 문화교류와 친목을 다질 수 있는 의미 있는 좋은 기회였을 것 같네요.
여기저기 손끝으로 엮는 이엉마루에서 베어 나오는 남이섬의 손맛이 고향을 느끼게 되겠지요. 남이섬 김장축제는 훌륭한 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20여년전 이곳에 왔을 때 밤나무가 꽤나 많았는데 개발로 인해 거의 없어진 듯 하고 남아있는 몇 그루의 밤나무도 이제는 고목이 되었네요.
가장 목 좋은 곳에 남아있는 이 밤 고목도 나이 탓에 팔다리들이 대부분 잘려 나갔습니다.
그래도 군데군데 남아 있는 밤나무와 고목으로 버팀목이 되어 버린 밤고목들이 눈에 띄네요. 이 밤고목이 생명을 다하는 날까지 남이섬을 지키는 든든한 파수꾼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남이섬은 이제 완전한 세계적인 관광지로 변했네요. 가끔 들려오는 안내방송이 일본어, 중국어, 영어로 스피커를 통해 전해옵니다. 안내표지판도, 전시관도, 국제화시대를 가고 있습니다.
20여년전 그때는 음식을 싸가지고 오던가 재료를 가지고 와서 조리해 먹었는데 이젠 음식조리는 할 수 없고 음식점이 들어서 있습니다.
아직 이른 봄이지만 여기 저기 전시된 사진을 통해 남이섬의 사계절을 볼 수 있었고 남이섬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남이섬은 사계절이 모두 색다른 모습으로 형형색색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네요.
봄이 되면 파릇파릇 올라오는 새순과 모락모락 피어나는 벚꽃, 진달래와 백합꽃이 만발하고
여름이면 시원한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울창한 그늘을 제공하며,
가을이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엽길을 걸어볼 수 있고
겨울이 되면 준상과 유진이 되어 눈덮힌 가로수길에서 낭만을 만들 수 있도록 유혹하고 있습니다.
메타세콰이어 숲길.
키가 빨리 자라고 우아하며 기품이 이국적인 맛과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는 메타세콰이어. 정말 대단한 볼거리였습니다. 이 길은 ‘겨울연가’ 촬영으로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많은 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손님들의 촬영 명소로 자리하고 있으며 남이섬의 상징나무길이기도 합니다.
일본을 비롯한 동남아 관광객들이 이 길을 걷고 싶어 남이섬을 찾는다고 합니다. 이름하여 한류열풍이 대단한 곳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합니다.
중앙광장에서 동편 강변을 향해 산딸나무길을 지나면 남측 강변으로 갈대숲길이 이어집니다. 아마도 가을에는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들이 카메라맨과 연인들의 발걸음을 숲 속으로 인도하는 매력이 있었을 법한 곳 이내요.
중앙광장에서 별장촌 초입으로 향하는 약 80여 미터의 중앙 은행나무길은 아직 새싹도 나오질 않았지만 가을엔 노란 은행잎으로 사진촬영을 비롯한 연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길 중의 하나였을 것 같습니다.
별장촌이 있고 호텔도 있고 강가엔 산책길도 있고 여러 각도에서 풍경을 감상하며 거닐 수 있는 아름다운 남이섬이네요. 벚꽃이 만발하는 4월 중하순쯤이면 가족이나 벗과 함께 거닐며 사진 찍기에 안성맞춤인 산책길도 있답니다.
해가 질 무렵 음산한 기운이 들었습니다. 여기 저기 장작을 이용해 모닥불을 피워 관광객에게 온기를 더해주는군요. 이럴 땐 군고구마가 제격인데.... 옛날 화롯불에 둘러앉아 구워먹던 군고구마가 생각나네요.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쓰러져 있는 폐목 한그루라도 테이블로 활용하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 활용하였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죠. 옛 운치도 있고 추위도 가시게 하니 아주 아름다운 추억거리가 되었답니다.
쓸모없는 폐병을 소재로 조형물을 만들고 멋진 장식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하였군요. 재활용을 생활화하며 하찮은 쓰레기통 하나, 작은 조형물이라도 도자기 굽는 곳을 통해 재활용해 사용하는 등 기존 자원들을 활용해 문화와의 접목을 시도한 것 같습니다.
도자기체험을 할 수 있는 공방도 있고, 아로마향을 비롯한 허브체험장과 기념품 판매소도 아름답게 꾸며져 있답니다.
남이섬을 나미공화국이라고 합니다.
지난 2006년 3월에 국가형태를 표방하는 특수 관광지 ‘나미나라 공화국’으로 독립을 선언하고 ‘자연과 사람이 함께 숨 쉬는 나라’를 캐치플레이즈로 선언했다고 합니다. 정말 톡톡 뛰는 아이디어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입니다.
나미나라 공화국은 공화국답게 각 나라의 국기가 게양되어 있었고, 나미나라 자유이용권인 여권은 1년 만기로 나미나라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나미나라에서 통용할 수 있는 화폐 남이통보, 우표, 그리고 규칙도 있다고 합니다.
나미나라관광청이 남이섬 입구에 자리 잡고 관광객들의 편의를 도와준다고 합니다.
달밤에 보는 남이섬은 더 아름답고 새벽 물안개 속에 비쳐지는 남이섬은 더 신비롭다고 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엔 콘도별장에서 1박을 기약하며 남이섬을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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