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문화축제

이천쌀문화축제 백서에 15년의 역사 함축

아침햇쌀 2013. 12. 6. 09:19

지난 10월30일부터 11월3일까지 이천쌀문화축제가 대한민국 최우수 문화관광축제로 성황리에 개최되었습니다. 이제는 지난 15년간의 축제 발자취를 돌아보며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거듭나기 위한 발전방향을 모색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되어 이천쌀문화축제 백서를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이 백서는 e-북으로도 발간하여 이천쌀문화축제 홈페이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천쌀문화축제 백서는 모두 6편으로 편집되었는데 제1편은 ‘연도별 축제사진 모음’으로 축제 주요장면을 실었고, 제2편에서는 이천의 역사와 이천쌀에 대한 재배역사, 재배환경, 쌀산업의 위기를 다룬 ‘이천과 쌀’, 제3편은 이천쌀문화축제를 태동기, 도약기, 성장기, 성숙기로 나눠 그간 축제가 태어나게 된 배경부터 축제내용을 분석한 ‘이천쌀문화축제의 어제’, 제4편에서는 지난 11월3일 막을 내린 제15회 이천쌀문화축제의 성과분석을 중심으로 한 ‘이천쌀문화축제의 오늘’, 제5편에서는 대학교수, 축제전문가가 축제를 둘러보고 집담회를 가지면서 도출된 당면과제와 발전방안을 실은 ‘이천쌀문화축제의 내일’, 제6편은 이천쌀문화축제를 지켜본 내부 관계자와 외부 관계자, 일반관광객의 의견과 언론에서 본 보도기사 등 ‘이천쌀문화축제의 회상과 기대’ 순으로 엮어졌습니다.

 

 

보릿고개 시절, 쌀은 생명이었습니다. 밥주걱에 붙은 밥알을 떼어 먹던 흥부의 모습은 바로 쌀의 가치를 반증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고 식생활도 바뀌면서, 예전에 입도선매하던 귀한 쌀이 어느덧 창고에서 하염없이 낮잠을 자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하였지요. 이제는 쌀의 생산이 중요한 시대가 아니라 쌀의 소비촉진을 꾀하고 나아가 제값받기를 통해 농업인들의 생존권을 지켜야 하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이천시는 이천쌀의 이미지 제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 촉진은 물론 이천쌀과 관련된 고유문화를 재생하고 보전하기 위해 이천쌀문화축제를 개최하기 시작하였던 것입니다.

 

농업인의 날. 정부의 시책에 부응하여 이천시도 1999년부터 이천농업인축제를 개최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당시 농업·농촌 관련단체들이 산발적으로 개최하던 각종 기념행사를 하나로 묶어 통합된 농업인축제로 승격시킨 것이지요. 이것이 이천쌀문화축제의 효시가 된 제1회 이천농업인축제였던 것이죠. 이천쌀문화축제는 이렇게 시작되었답니다.

 

 

1999년부터 2000년까지 자족적 행사로 치러졌던 이천농업인축제는 3년차 되던 해부터 대변신을 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왜냐하면 농업인과 일부 시민들이 참여하는 기존의 ‘내부축제’ 방식에서 탈피하여 외지 관광객을 대상으로 축제를 꾸미는 ‘열린 축제’ 방식으로 체질을 바꾸었기 때문이었죠. 무엇보다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업환경 특히 쌀시장 개방에 따른 위기감을 극복하고 희망찬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했었기에 택한 시도였습니다.

 

 

따라서 과거 이천쌀의 명성을 되살려 쌀 개방의 파고를 넘기 위한 각종 대안을 탐색하고 있던 이천시농업기술센터의 연규철 팀장은 ‘세계도자기엑스포2001 경기도’의 연계관광프로그램을 기획·연출한 오순환박사의 자문을 받아 기존의 이천농업인축제를 이천햅쌀축제로 개칭하면서 관광객을 위한 열린 축제를 표방하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2001년 10월 25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개최된 제3회 축제는 ‘세계도자기엑스포 2001 경기도’(2001.8.10.~10.28. 80일간)의 부대행사로 긴급 편성된 까닭에 제대로 된 축제공간을 확보할 수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신둔면 수남리 일대의 3번 국도변에 위치한 논 6필지를 임차하여 행사장으로 사용하였습니다. 비록 논바닥에 차려진 행사장은 초라했지만 예년과 달리 일정별·주제별로 프로그램을 특화하여 운영한 까닭에 관광객들의 반응은 상당히 뜨거웠습니다.

 

 

이천햅쌀축제는 2003년이 시작되면서부터 큰 위기에 봉착하였지요. 다름 아니라 제2회 세계도자비엔날레와 동시에 치러지게 될 제17회 이천도자기축제 일정이 2003년 9월 1일부터 10월 30일로 확정되는 바람에 제5회 이천햅쌀축제가 설봉공원을 행사장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어버렸답니다. 어쩔 수 없이 대체장소를 물색하게 되었으나, 2001년에 사용했던 논은 비가 오기만 하면 쓸 수 없다고 판단되었기에 궁여지책으로 흙먼지가 날리던 행정타운 부지(지금은 그 자리에 이천청사가 들어섰음)를 축제장으로 선택하였으며 축제장으로 사용된 행정타운 바닥 전체에 지푸라기를 깔음으로써 어느 정도 농촌의 분위기를 내는 데는 성공하였습니다.

 

 

과거 지역축제의 틀에서 탈피하여 2003년에 처음으로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문화관광축제’ 브랜드로 축제를 개최한 결과, 축제명칭 변경에 대한 의견이 제기되었습니다. 즉, 보다 폭 넓은 축제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축제명칭을 ‘햅쌀’에 한정시키지 말고 ‘쌀문화’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이지요. 축제추진위원회에서는 그 의견이 타당하다고 판단하고 2004년부터 축제명칭을 이천햅쌀축제에서 ‘이천쌀문화축제’로 변경하였습니다.

 

 

예년과 색다른 프로그램으로는 임금님 진상행렬과 세상에서 가장 긴 가래떡을 들 수 있었지요. 임금님 진상행렬은 옛날 한양의 임금님께 이천쌀을 진상했다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이천시민들이 참여하는 진상행렬로 재현한 행사였습니다. 진상행렬은 개막식에 맞춰 이천시내를 거쳐 축제장까지 이어지는 코스로 운영되었답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긴 가래떡은 이천쌀로 가래떡을 뽑아 참여한 사람들이 나누어 먹는 나눔의 행사로써 기획되었는데 이때 가래떡은 600m를 뽑아내어 이천명의 사람들이 각자 30㎝씩 나누도록 설계되었는데, 이는 이천(利川)의 동음이의어인 ‘2000’에 착안하여 만들어진 나눔의 행사였습니다.

 

 

이천쌀문화축제가 2003년과 2004년 연속 예비 문화관광축제로써 손색없이 치러진 결과 2005년부터 유망 문화관광축제로 승격되었답니다. 그간 변변한 축제장도 없이 질펀한 논바닥과 흙먼지 흩날리는 주차장을 오가며 꿋꿋하게 축제를 준비한데 대한 보상이었나 봅니다. 특히 문화관광축제에 진입한지 2년 만에 이룬 쾌거였기에 승격의 의미가 남달랐지요.

 

이러한 유망축제 승격을 기념하기 위해 대표프로그램(killer contents)을 개발하기로 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검토하였는데 그 중의 하나가 ‘가마솥밥 이천명! 이천원!’이었습니다. 한 번에 이천 명분의 밥을 지을 수 있는 대형 가마솥을 준비하고 여기에 밥을 지어 2천원의 식대를 받고 판매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원래 가마솥밥 이천명! 이천원!은 매일 오후 1시에 한번만 배식하는 것으로 기획되었으나 방문객들의 인기에 힘입어 이제는 하루에 두 번씩(낮 12시와 오후 2시) 배식을 하고 있습니다. 가마솥밥을 맛본 방문객들은 한동안 행사장을 떠나지 않고 기다리다가 솥바닥에 눌어붙은 ‘누룽지’를 움켜지고는 만세를 부르며 즐거움을 만끽하곤 합니다.

 

 

이천쌀문화축제가 여타 문화관광축제와 다른 점은 시간중심의 무대전개형 운영방식이 아니라 공간중심의 독립적·동시다발적 운영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지요. 같은 시간대에 여기저기서 프로그램이 동시에 운영되는 까닭에 방문객들의 발걸음은 바빠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답니다. 결과적으로 재미난 프로그램을 다 보지 못하게 된 방문객들은 아쉬움을 간직한 채 내년에 다시 재방문을 하겠다는 다짐을 하게된 것이지요. 이로 인해 별다른 홍보를 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천쌀문화축제를 찾는 방문객들이 계속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독특한 운영방식 덕분에 이천쌀문화축제가 유망축제로 승격한지 3년 만에 한 단계 높은 우수 문화관광축제로 승격되었고 이를 기념하고자 제10회 축제에서는 ‘풍요의 땅 생명의 씨앗’이라는 주제로 한층 격조 높은 축제를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우수축제로 승격되면서 국비 지원금이 다소 늘어났는데, 이 예산으로 축제의 품격과 내실을 기하는데 투자하기로 하였지요. 예컨대, 과거 예산제약으로 인해 획일적인 몽골텐트밖에 설치할 수 없었던 행사부스를 농촌미를 살린 부스로 바꿔 설치함으로써 축제의 품격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설치비가 과도할 뿐만 아니라 강풍에 약한 구조적 특성 때문에 더 이상 사용하지 못했답니다.

 

 

2009년부터 이천쌀문화축제장의 제일 안쪽에 설치된 농경마당을 극단 ‘청계’의 배우들로 하여금 마당 전체를 책임지고 운영하도록 계약함으로써 또 하나의 독립적 운영공간을 구축하게 되었지요. 이로써 놀이마당, 기원마당, 농경마당, 풍년마당 등이 당 축제의 핵심공간으로 부상하였고, 축제장 입구 오른쪽 뒤편에 위치한 야외무대 공연장에 이천시민들을 위한 이천씨름왕 선발전과 농심풍년 큰잔치를 배치하였습니다.

 

 

예년에 비해 달라진 또 다른 점은 햅쌀장터를 축제장 외곽으로 과감하게 이전하였습니다. 축제장을 둘러보고 나가는 방문객들로 하여금 햅쌀장터에 들러 햅쌀을 비롯한 각종 농특산물을 사가도록 배려한 것이고 바로 옆에 도로가 있었으므로 배달서비스도 무리 없이 제공할 수 있었는데 농협측의 반대 의견이 많기도 하였습니다.

 

 

‘예스런 잔치마당 탐스러운 이천쌀’이라는 주제로 치러진 제12회 이천쌀문화축제는 행사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하였습니다. 즉, 도입단계인 풍년마당을 시작으로 전개단계인 문화마당· 동화마당, 절정단계인 놀이마당· 기원마당· 농경마당· 대공연장을 거쳐 결론단계인 햅쌀카페· 주막거리· 햅쌀장터 등의 공간적 완성도를 높이고자 하였고 특히 햅쌀카페의 경우 대기자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답니다. 하루 두 번씩 제공하는 대형 가마솥밥은 물론 이천쌀밥 명인전에서 제공하는 쌀밥까지 동이 날 정도로 방문객들의 호응이 좋았답니다. 본 축제의 대표프로그램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였지요.

 

 

2011년에는 9월 24일부터 10월 23일까지 30일간 설봉공원에서 제6회 세계도자비엔날레 겸 제25회 이천도자기축제가 열렸습니다. 따라서 양 행사가 종료된 후 시설물을 철수해야 하는 까닭에 동일한 장소에서 거행되는 제13회 이천쌀문화축제는 부득이 11월 초순으로 개최시기가 순연되어 다소 쌀쌀한 날씨 속에서 치러졌답니다.

   

 

햅쌀거리와 같은 길거리에서는 조랑말 타기 프로그램에 대한 인기도 아주 좋았습니다. 주로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이 조랑말을 타고 행사장 곳곳을 누비며 이천쌀문화축제에서 색다른 추억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예년의 축제와 다르게 제13회 축제에서는 햅쌀장터를 기존의 축제장 앞 일주도로에서 시립박물관 앞 주차장으로 옮겼습니다. 축제장 공간의 최대 활용 및 설봉호수 일주도로의 교통흐름을 원활하게 할 목적으로 내린 조치였지요. 비록 예년의 햅쌀장터에 비해 배송거리가 다소 늘어났지만 이는 다양한 배송수단을 확보함으로써 해결하였답니다. 반면 햅쌀장터 안쪽에 품바를 배치하여 방문객들의 동선을 햅쌀장터 깊숙이 유도하는 등의 시도를 통해 축제장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는 등 전체적으로 공간의 짜임새가 향상되었다는 평을 듣게 되었지요.

 

 

2012년에 개최된 제14회 이천쌀문화축제는 문화관광축제의 진정한 위상을 느끼기에 전혀 손색이 없었답니다. 지난 수년간 대단히 우수한 문화관광축제로써 평가를 받은 까닭이었는지, 축제기간 내내 끊임없이 밀려드는 방문객들로 인해 주변교통이 거의 마비되다시피 하였기 때문이죠.

 

 

그러나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이천쌀문화축제를 대표했던 놀이마당의 운영자였던 (사)문화마을들소리가 그들의 사정에 의해 다른 팀으로 대체되었답니다. 자연적으로 놀이마당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으나 새로 투입된 극단 얼쑤가 훌륭히 제몫을 하면서 마당간 균형 및 유기적 연계도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었지요.

 

 

2012년 축제의 특징은 예년과 달리 마당별 프로그램의 완성도가 매우 높아졌다는 사실입니다. 축제의 핵심을 이루는 기원마당의 경우 축제방문객과 언제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역량으로 발전하였고, 농경마당도 주변 가을환경과 어우러진 무대를 배경으로 수준 높은 진행을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지역문화예술인들의 마당인 풍년마당 역시 해를 거듭할수록 운영의 묘도 함께 향상되고 있었지요. 이처럼 축제의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방문객들의 만족도도 상승하였는바, 이는 2012년 12월 28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이천쌀문화축제를  최우수축제로 선정하게된 동기가 되었던 것이겠죠.

 

 

제15회 이천쌀문화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하는 최우수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되었습니다. 2013년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전체 42개 문화관광축제 중에서 진주 남강유등축제와 김제 지평선축제 등 2개의 ‘대한민국대표축제’에 이어 다음 등급인 ‘최우수 문화관광축제’로 이천쌀문화축제가 선정된 것이죠.

 

 

최우수축제 선정기념으로 예년과 달리 축제기간을 하루 늘려 5일간 개최함으로써 보다 많은 국민들에게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였습니다. 또한 ‘맛스런 내음이 너울~ 흥겨운 어깨는 둥실’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축제장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이천쌀밥의 참맛과 함께 축제의 즐거움을 선사하였답니다. 특히 이천쌀밥명인전의 경우 남자들도 출전하여 가마솥밥을 지으면서 방문객들에게 재미난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하였지요.

 

 

최우수 문화관광축제는 장터에서도 실감할 수 있었답니다. 다름 아니라 방문객들이 햅쌀장터에서 구입한 이천쌀에 대한 택배 요청물량이 폭주하는 바람에, 매일 11톤 트럭이 이천쌀과 다른 농산물을 가득 싣고 배달을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죠.

 

 

해를 거듭할수록 다양한 계층의 방문객들이 축제장을 찾고 있었습니다. 이천쌀문화축제는 오래전부터 이천에 소재한 유치원은 물론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체험학습장이 되다시피 하였는바, 최근에는 외국인들까지 밀려들고 있네요.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천쌀문화축제를 통해 한국의 전통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되어 보람찼다고 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