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있으면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되는 설 명절이 다가옵니다. 우리가 어릴 때는 이천 대목장날 엄마가 계란 서너 꾸러미를 머리에 이고 장에 가셔서 때때옷에 양발 새로 사오시면 설날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그러다보니 까치설날은 밤잠도 안자고 마음 설레며 설날을 기다리던 추억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러나 오늘 날 설날의 풍속도가 너무나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명절 때 한꺼번에 이동하니 온통 도로가 마비되어 귀향길 정체로 인하여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몸과 마음도 지치게 만듭니다.
이런 풍속도는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의 경우지만, 조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고향도 안가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더군요.
그와 반대로 객지생활 하면서 월급도 제대로 못 받고 일하는 서민층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고향에 가고 싶어도 돈이 없으니까, 바빠서 못 간다고 핑계 대고 귀향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실 서민들에게는 다른 때보다도 설 명절은 심리적으로 많은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직장인들 월급 받아 쪼개서 살림하지만, 설날에 선물이나 용돈으로 쓰다보면 한 달 월급 고스란히 쓰고 나서 다음 달 살아갈 일이 막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설날 되면 용돈 좀 챙겨보겠다고 벼르고 있는 조카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옛날에는 설날이면 아주 소박한 마음으로 어른들에게 세배를 드리고, 덕담 한마디 듣고 사탕이나 과자를 주시면 감사한 마음으로 한주머니 잔뜩 챙겨 나왔지요. 그러다 어느 때부터인가 천 원짜리 한 장이라도 받으면 정말 좋아했습니다.
사실 시골에서는 설날이 아니면 용돈이라고는 구경도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떻게 변했습니까? 요즘 아이들은 어렵지 않게 돈을 접하다보니, 적은 돈은 돈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만 원짜리 한 장 주면 쩨쩨하다고 흉볼 정도로 생각이 바뀌었더군요. 수십만 원짜리 휴대폰에 게임기까지 사들이는 아이들은 작은 용돈에 만족할 줄 모르는 순수성이 떨어지는 현상이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또한 설날 되면 모처럼 기회라고 아이들은 세배 돈 욕심을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욕심 많은 젊은 엄마들까지 가세해서, 아무나 가리지 않고 아이를 안고 가서 앞에 앉혀두고 "세뱃돈 주세요." 이렇게 노골적으로 시키는 일은 결코 좋은 인상을 줄 수가 없더군요.
그나저나 현시대를 살아가려면 시대의 흐름대로 따라가야 할 입장에 아이들 세뱃돈은 얼마를 주면 적당할까? 이런 질문에는 정답이 없을 겁니다. 많이 주면 줄수록 받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겠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설날에 한 달 봉급으로 부족하다고 대출내서 세뱃돈 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체면이 밥 먹여 주는 것은 아니니까, 자신의 수입과 지출에 맞추어서 분수에 맞도록 짜임새 있게 써야하겠지요. 사실 설날 되면 조카 녀석들 열 명 정도 우르르 몰려나와서 세배하겠다고 하면 두렵지요.
예전 같으면 만 원짜리 한 장씩 꺼내주면 그것으로 만족했지만, 요즘 아이들은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녀석들도 있지요. 세뱃돈 적게 준다고 불만을 표시하는 녀석들도 있으니까요.
조카와 조카 손주들을 헤아려보면 대학생부터 어린아이까지 약20여명 되니까 세뱃돈 주는 것도 규칙이 있어야 하겠더군요. 그래서 나름대로 정해본 규칙을 적용해본다면, 초등학교 이하는 1만원, 중학생은 2만원, 고등학생은 3만원, 대학생은 5만원, 이렇게 차등 적용한 봉투를 미리 준비해 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적용기준이 절대적으로 정답은 아닙니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은 조카들에게 충분한 용돈을 주고 이 기회에 인심을 쓸 수도 있지만, 경제적 여건이 안 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분수에 맞도록 적당히 배분해 주는 지혜가 필요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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