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이야기

왕겨와 쌀겨

아침햇쌀 2009. 10. 4. 09:14

왕겨와 쌀겨

벼를 도정하게 되면 그 부산물로 벼 껍질인 왕겨와 현미 겨층인 쌀겨 및 씨눈․싸라기 등이 나온다. 최근 우리 나라 벼 생산량이 연평균 약 730만톤이 되니까 부산물인 왕겨는 약 146만톤, 쌀겨는 약 58만톤 정도 발생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와 같은 도정 부산물은 주요 구성 성분으로 보아 부가 가치가 높은 상품 생산을 위한 원료로 이용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쌀겨만 일부 미강유 생산에 이용되고 대부분 사료로 이용되거나 폐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왕겨에는 조섬유가 35~46%, 가용성 당질이 22~35%, 회분이 13~21%, 조단백질이 2~3% 들어 있으며 쌀겨에는 가용성 당질이 34~52%, 조지방이 15~20%, 조단백질이 11~15%, 조섬유가 7~11%, 회분이 7~10%, 녹말이 14% 정도 들어 있다. 왕겨에서 나오는 회분의 거의 90%이상이 실리카이며 칼륨, 칼슘 및 마그네슘 등이 비교적 많이 들어있는 편이다. 쌀겨에는 헤미셀루로스를 비롯한 식이섬유와 이노시톨, 콜린, 나이아신, 토코페롤, 싸이아민(B1), 판토텐산 등 비타민 류가 풍부히 들어있다.

아직 이러한 도정 부산물을 효율적으로 가공 이용하는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현재 미곡종합처리장이 전국적으로 320여 개소가 세워져서 부산물의 수집 활용이 쉽게 되었으므로 앞으로 이 부산물의 산업화 활용을 위한 연구가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되었으면 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팽화 왕겨를 벼 육묘 상토로 활용하는 연구를 추진하여 어느 정도 실용화가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는 가축 축사에 넣어 퇴비로 활용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에서는 왕겨를 이용하여 미세한 규소 결정체인 휘스커(whisker)를 생산하여 고가로 수출하고 있다. 이태리나 캐나다에서는 왕겨 재를 이용하여 특수한 벽돌을 만드는 데 상업적인 성공을 하였다고 한다. 왕겨에 들어있는 규소체를 제외한 탄수화물이나 단백질 등을 화학적 처리나 미생물 및 효소 등을 이용한 생물적 처리방법으로 제거시킬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자연적으로 형성된 다공성(多孔性)의 비결정체 규소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는 고 부가가치의 특수한 규소체 산업 소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벼 껍질 표피에 많이 있는 강모(剛毛)는 거의 60% 가까이 규소체로 되어 있어서 이것만 모아서 실리카 이외의 성분을 간단히 제거할 수 있다면 매우 미세한 비 결정성 규소체 분말을 생산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쌀겨에는 기름 성분이 약 19%정도 들어 있어서 쌀겨 기름을 짜서 주로 이용하고 찌꺼기는 가축 사료로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쌀 기름은 주로 올레인산과 리놀산이 73%나 들어 있어서 공기 중의 산소에 의해 쉽게 산패해 버리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쌀겨 원료나 기름에 대해 이를 방지하는 처리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쌀겨에는 강력한 기름 분해 효소인 라이페이스(lipase)가 들어 있어서 이를 불활성화시키지 않고 그냥 두면 기름을 분해하여 유리지방산을 증가시켜 좋은 품질의 쌀겨 기름을 얻을 수가 없기 때문에 쌀겨 원료에 대한 전처리 조치를 하여 보관하여야 한다. 쌀겨 원유는 어두운 등황색을 띄고 있고 여러가지 불순물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이를 제거하는 정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쌀 기름은 가볍고 담백한 맛이 있어서 주로 샐러드 기름과 튀김용 기름으로 사용되지만 마가린이나 쇼트닝의 원료 기름으로도 이용된다.

식물성 기름은 불포화도가 높은 이중 결합이 많은 지방산의 조성 정도에 따라 산화되기 쉬운 건조성(乾燥性)에 차이가 있는데 이에 따라 건성유[요드가(IV) 130이상] 반건성유(IV 100~130), 불건성유(IV 100이하)로 분류된다. 쌀 기름은 목화씨 기름, 유채 기름, 콩 기름, 겨자씨 기름, 참기름, 옥수수 기름 등과 더불어 반건성유에 속하는 양질의 기름이다. 쌀 기름은 올레인산, 리놀산 및 팔미틴산의 세가지 지방산이 쌀 기름의 95%를 차지하며 주로 온대지역에 재배되는 자포니카품종은 올레인산과 리놀산 비율이 거의 비슷한 반면 열대․아열대지역의 인디카품종은 올레인산이 리놀산보다 약 12%정도 더 높은 기름 특성의 차이를 보인다.

많은 식물성 기름과 비슷하게 쌀 기름의 스테롤(sterol)은 베타 사이토스테롤(β-sitosterol)이 주성분으로 72%를 차지하고 있고 다음으로 조성비가 높은 순서대로 캄페스테롤(campesterol) (16%), 스티그마스테롤(stigmasterol) (9%)로 이어져 이 세 가지 스테롤이 전체의 96%를 차지하고 있다. 생체 내에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나타내는 토코페롤은 쌀기름 1g당 450~700㎍이 들어 있는데 이는 네 가지 종류의 이성체(異姓体)인 α-, β-, γ- 및 δ-tocopherol로 되어 있으며 75%이상이 알파 토코페롤로 생리활성도 가장 높다. 또한 쌀 기름에는 오리자놀(oryzanal) 이라고 불리는 갱년기 장해나 자율신경 실조증(自律神經失調症) 등에 유효하고 항산화 활성을 가진 생리활성 물질이 쌀기름 100g에 1.5~2.9g 정도 들어 있다. 오리자놀은 트라이터피노이드 알콜 (triterpenoid alcohol)의 페룰산(ferulic acid) 에스텔로 두 가지 다른 구조를 가진 오리자놀 A 및 C와 이들의 혼합물인 오리자놀 B로 혼재되어 있다.

쌀겨로부터 헤미세룰로스 등 식이 섬유를 추출하여 이를 건강 보조 식품화하면 혈청 콜레스테롤 농도 상승 억제와 장내 균총 개선 효과 및 대장암 억제 효과 등을 나타내는 기능성 식품으로 각광을 받을 수 있다.

쌀겨에서 쌀 기름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부산물을 얻을 수 있다. 그 중에서 몇 가지를 들어보면 검(gum)질로 사용할 수 있는 인지질(燐脂質), 고급 알콜인 왁스, 항산화성 등 건강기능성 물질인 토코페롤, 오리자놀, 스쿠알렌, 피틴산 및 이노시톨 등이 있다. 특히 핏치(pitch)라고 불리는 검은 점성이 풍부한 액체로부터 페룰산을 대량 제조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어 이의 이용성에 대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 쌀겨에서 추출한 페룰산이 레시틴과 거의 비슷한 항산화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강한 자외선 흡수작용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와 같이 페룰산은 식품의 산화 방지제로 활용될 수 있으며 화장품에 섞을 경우 피부 노화 방지와 자외선 차단 효과도 나타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또한 피틴산은 금속 이온을 킬레이트시키는 작용을 이용하여 일본에서는 밤, 콩, 녹두나물, 연근, 우엉, 짱아지류, 증숙면(蒸熟麵), 낫또, 두부, 아스파라가스 등 농산 가공식품의 갈변화 및 변질을 방지하는 첨가제로 사용되고 수산 가공식품의 변질 방지용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피틴산은 암세포의 신호 체계를 혼란시켜 이상 증식을 억제시키는 것으로 추정되는 항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이외에도 그 용도가 매우 많다.

고혈압증 중 특히 본태성 고혈압증의 원인 중 앙지오텐신(angiotensin) I 전환 효소(ACE)의 조절작용을 중요시하고 있다. 즉 ACE는 불활성형인 앙지오텐신 I의 C 말단 히스티딘-루신(his-leu)부분을 절단하여 혈관 수축, 앨도스테론(aldosterone) 분비 촉진 등의 강한 혈압 상승 작용을 나타내는 앙지오텐신 II를 생성시키는 승압계 효소이다. 또한 ACE는 강한 혈관 확장 작용을 가진 브래디키닌(bradykinin)을 분해하여 불활성화시키는 작용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 ACE의 작용을 저해시키게 되면 고혈압증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쌀겨 단백질로 부터 ACE 저해 펩타이드(peptide)를 분리하여 조악한 상태의 추출물로 고혈압 쥐를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5시간 이후부터 현저하게 혈압이 떨어지는 효과를 확인하였다.

우리 나라 당뇨병 환자의 대부분(91%)은 인슐린(insulin) 비의존형으로 췌장의 랑겔한스섬의 기능과는 무관하게 인슐린 표적 세포에서 인슐린의 생물학적 효과의 감소로 인하여 발생되는 당뇨병을 앓고 있다. 이 경우 일차적으로 식사 요법과 운동 요법을 통하여 혈당을 조절해야 하며 심한 경우 경구용 혈당 강하제를 복용하는 치료법을 쓰게 되지만 이는 심한 생체거부 반응과 독성 등의 부작용이 문제가 되고 있다. 탄수화물의 소화 속도를 늦추면 식후 혈당 상승이 억제될 것이므로 알파 아밀레이스 (α-amylase)와 장(腸) 알파 글루코하이드롤레이스(α-glucohydrolases)의 작용을 저해시킬 수 있다면 혈당 조절에 유효한 방법이 될 것이다. 한 국내 연구팀에 의해 쌀겨에서 추출한 어떤 단백질과 에타놀 추출물이 아밀레이스 및 글루코하이드롤레이스의 작용을 저해함을 확인하여 쌀겨로부터 혈당 조절기능을 가진 성분 추출 이용 가능성을 시사한 바가 있다.

볶은 쌀겨에서 끓는 물과 에타놀로 추출한 볶은 쌀겨 추출물이 고기 비린내 성분이나 암모니아수 냄새를 거의 완전히 탈취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임이 밝혀졌다.

앞으로 왕겨와 쌀겨의 효과적인 활용에 관한 집중적인 연구를 추진한다면 현재 거의 버리다시피 하는 이 도정 부산물로 매우 부가 가치가 높은 특수 산업 소재나 건강 보조식품 및 치료제를 다양하게 개발하여 상품화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자료:최해춘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