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관광

클래식이야기의 겨울, 봄, 여름, 가을

아침햇쌀 2015. 3. 13. 07:30

[이천농촌체험관광 스토리 스물하나. 클래식이야기 이윤미]

 

9년 전 아이들을 자연에서 교육하고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 귀농을 준비하고, 추운 겨울날 이천시 율면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조금은 낭만적인 시골생활을 상상하며 귀농했지만, 막상 추운 겨울에 시골생활을 시작하려니 참으로 쓸쓸하고 춥고 외로왔지요. 시골의 겨울은 더더욱 춥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며, ‘힘들다. 쓸쓸하다. 적막강산이다.

 

’ 우울증이 올 것 같기도 했습니다. 하우스 주변의 논밭은 온통 눈으로 뒤덮여 흰색이였고, 지나가는 이 하나 없이 어둑어둑한 논밭에 우리가 살고 있는 보금자리에만 불이 밝혀 있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시골, 이천시 끝자락에 있는 시골이었습니다. 시골생활 조금씩 배워가며 힘들어 하는 엄마와는 달리 6살, 4살 먹은 아들 딸은 눈이 쌓인 농장에 나가 수북이 쌓인 눈에 벌러덩 벌러덩 누우며 신이 났습니다. 아이들은 마음껏 눈사람도 만들고 그 위에 대자로 드러누워도 하얀 눈은 푹신한 침대 같았지요. 넓고 푹신한 하얀 도화지 같은 곳에서 아들 딸이 마음껏 뛰어노는 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아! 시골에 오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나마 겨울에 농사를 시작한 아이들의 아빠는 벌레와 풀이 없는 추운 날씨 덕에 여유있게 하우스 농사를 배워 나갔죠. 긴긴 겨울이 끝나가고 봄이 오면서 파릇파릇 새싹들이 앞 다투어 고개를 내밀 때, 아이들 손잡고 논두렁을 산책하던 아빠는 개울가에 서있는 버드나무 가지 중에 물이 오른 연한 가지를 잘라 손으로 살살비벼 껍질을 분리해 낸 후, 빨대처럼 생긴 작은 가지에 칼집을 내어 입으로 바람 넣을 구멍을 만들고 살며시 입으로 불면 예쁜 피리 소리가 나지요. 아빠가 만들어준 버들피리 하나씩 손에 들고 삑~삑 피리 불며 즐거워하는 모양이 원래부터 시골에 살았던 아이들처럼 아주 잘 어울렸답니다.

 

 

얼었던 땅이 녹아 부드러워지면. 텃밭으로 가꾸어 먹을 흙을 일구고 씨앗을 뿌립니다. 언제쯤 새싹이 나올까 아이들은 매일 텃밭에 나가 기다립니다. 이웃 마을에 사시는 할머니께서 귀농한 식구들 인사차 놀러오셨다가 토끼가 새끼를 많이 낳았다며 암놈 수놈 두 마리를 주셨습니다. 똘망 똘망 예쁜 눈을 가진 아기토끼는 새로운 보금자리가 맘에 드는지 이리 저리 잘도 뛰어 다닙니다. 날씨가 따스해지면서 채소농장엔 벌레와 잡초가 많이 생겨 아빠는 아이들과 놀아 줄 시간 없이 벌레와 잡초와 씨름하며 땀을 뻘뻘 흘려야 했습니다 .바빠진 아빠의 빈자리에 아기토끼가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아빠는 점점 농장일이 바빠지고 해가 넘어가 어두워질 때가 되어야 집에 들어 올 수 있었습니다. 아빠가 바삐 일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도 아빠을 돕겠다고 하우스에 들어가지만 자그마한 손으로 농장일 조금 거들다가 금방 싫증나 후다닥 하우스 밖으로 뛰어 나가서 엄마 손 끌어당기며 논두렁 산책가자 졸라댑니다. 햇살 따스한 봄날 아이들과 스케치북을 들고 논두렁에 나가 재미난 이야기꺼리 찾아 이리 저리 어슬렁거려 봅니다.

 

 

논두렁 걷다보니 논에 채워둔 물에 비친 나무와 하늘의 구름이 너무 이뻐 걷다가 멈춘 자리에 철퍼덕 앉아 “여기가 좋다. 구름이 이쁘다.”하며 아이들과 맞장구치고, 풀을 뜯어 스케치북에 으깨어 풀 그림을 그리기도 하며 아이들은 마구마구 내 맘대로 스케치북을 채워 나갑니다. 논 한가운데 있는 농장집에서는 늦은 저녁 개구리들의 합창소리가 가득합니다. 저녁밥을 먹고 난 후 개굴개굴 우는 개구리 소리 들으러 논두렁을 걸으면 집에 켜진 불이 멀어져 안 보일 때까지 걸어가다가 “귀신 나온다. 무섭다.” 하며 집까지 달음박질 하며 뛰어 돌아옵니다. 저녁 산책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논두렁에서 듣던 개구리 소리가 제각기 달라 “소리마다 무슨 뜻이 있을까?” 아이들과 이야기 꽃을 피우며 잠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비가 오는 날 개굴개굴 소리는 물이 많은 곳을 찾아 친구를 부르는 소리였다고 아이가 잠들기 전 개구리의 말을 통역해주기도 했지요^^

 

 

파릇파릇 봄이 지나고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자 논에 심어놓은 작은 벼들이 어린아이 키만큼 자라서, 바람이 불적마다 넘실넘실 초록 물결을 만들고 시골길에 심겨진 오래된 큰 나무들은 나뭇잎을 흔들며 덩실 덩실 춤을 추었지요. 아이들은 논두렁을 거닐 때마다. “나무가 춤을 춘다. 풀들이 춤을 춘다.” 며 엄마에게 자연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답니다. 이웃집 아저씨께서 닭이 너무 많아 키우기 힘 드시다며 30마리를 저희 농장에 나눠주셨습니다. 아이들은 갑자기 많아진 닭에 눈이 휘둥그레 해지며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닭도 생기고 토끼도 생기니 아이들은 부자가 된 기분인가 봅니다. 이제 아이들은 닭과 토끼에게 풀을 뜯어다 주고 사료를 챙겨 주느라 분주한 아침을 보냈습니다.

 

 

봄에 뿌려 놓은 당근 씨앗이 어느새 쑥쑥 자라 아이들과 호기심에 몇 개 뽑아 보니 제법 통통한 당근들이 달려 있었지요. 흙을 슥슥 닦아 한입 두입 베어 먹어봅니다. ‘음~! 당근에서 달콤한 흙 내음이 아삭아삭~’ 당근을 맛본 아이들은 서둘러 당근을 여러 개 더 뽑습니다. 토끼랑 닭들에게 맛보여 주고 싶어 당근 한 아름 뽑아들고 낑낑대며 걸어가는 모습이 금의환향하는 장군처럼 씩씩해 보였습니다. 닭장으로 채소꾸러미를 한 아름씩 들고 들어간 아이들은 이제 달걀을 한 바구니씩 안고 나오게 되었죠. 닭이 아침마다 주는 선물을 아이들은 행복하게 받았습니다.

 

 

어느덧 무더운 여름이 끝나가고 쓸쓸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논에 심어놓은 벼들이 노랗게 익어가고 바람이 불 때면 노란 벼들이 황금물결을 치며 가을을 우리에게 전해주었습니다. 바람이 불적마다 신나게 점프하는 곤충들을 보며 아이들은 자신도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흉내를 내며 논두렁을 뛰어 다녔습니다. 집에 와서 아빠에게 논두렁에서 봤던 메뚜기 이야기를 재잘 재잘 떠들어 대니, 아빠는 어린 시절 메뚜기와 개구리를 잡아 맛있게 튀겨 먹었다는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들려줍니다. ‘설마 정말 그런 걸 먹었을까~!’ 아이들은 전혀 믿지 않는 눈치입니다. 어느새 6학년이 되어 키가 엄마만큼 컸지만 메뚜기, 개구리 튀김은 여전히 먹지 못하는 아이들입니다. 우리 집 식구 중에 곤충튀김을 먹은 사람은 유일하게 아빠 한 명 밖에 없습니다.

 

 

시골의 여름과 가을은 농사지으랴, 풀과 씨름하랴, 벌레 잡으랴, 수확하랴, 정신없이 지나가고, 가을볕에 누워 조금 게으름 피우는 사이 추운 겨울이 성큼 다가옵니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노지 식물들은 볏짚으로 덮어 보호해 주고, 하우스에 거름으로 줄 볏짚도 두둑이 준비해 둡니다. 채소들을 키우는 비닐하우스는 찢어진 곳이 없는지, 물 나오는 모터는 고장 난 곳이 없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해 둡니다. 추운 겨울이 되면 벌레도 잡초도 없어지니 아빠도 덜 바빠지겠지요. 한 해 동안 열심히 농사짓고 일한 아빠도 추운 겨울엔 조금 쉬어갔음 좋겠습니다.

 

 

겨울, 봄, 여름 ,가을이 지나면서 셋째 녀석도 태어나고, 농장의 채소들과 숲의 나무들과 함께 우리 아이들도 쑥쑥 자라 있었습니다. 다시 겨울이 오고 농장 주변은 눈으로 온통 하얗게 뒤덮이겠지만, 따스하고 푸르른 봄을 생각하면 하얀 겨울이 그리 춥고 외롭지는 않아요. 하얗게 뒤덮인 땅속엔 따스한 봄이 기다리며 겨울잠을 자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제 알고 있습니다. 꽁꽁 어는 시골의 겨울은 푸르른 봄을 위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클래식 농장에는 따스한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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