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할미꽃에 얽힌 이야기

아침햇쌀 2014. 4. 5. 17:54

오늘은 한식을 하루 앞둔 식목일이자 청명입니다. 계절적으로는 한 해 농사가 시작된다는 철이기도 하며, 겨우내 무너져 내린 묘소를 보수하는 때이기도 하죠.

 

우리 할아버지 묘소가 있는 이천 백사면 공원묘지를 찾았더니 묘소 주변에 할미꽃이 예쁘게 피어 있네요. 내가 어릴 때는 할미꽃이 뒷동산이나 묘, 척박한 산과 들에서 많이 보았는데 요즘은 야생화 전시회에서나 볼 수 있는 귀한 꽃으로 알았더니 이렇게 많은 할미꽃이 피었어요. 

 

할미꽃의 꽃말은 '슬픈추억'이라고 합니다. 할미꽃이 눈에 잘 띄는 것은 다른 풀잎이 아직 누렇게 싹이 나지 않은 풀밭 사이에서 유독 꽃을 피워 봄의 소식을 전해 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할미꽃은 흰떨을 잔득 뒤집어 쓴 꽃대와 잎이 땅속에서 나와 꽃이 한쪽으로 구부러진 채 피어 할미라 불리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꽆잎은 6장이구요. 꽃잎 주변에 흰떨이 많이 나 있는 것이 특징이고, 꽃이 지고나면 그자리에 암술날개가 하얗게 부풀어져 마치 백발 노인이 듬성듬성한 머리카락을 풀어 헤친 모양 같지요. 아마 그래서 할미꽃을 다른 말로 '백두옹'이라고도 부르는 것 같습니다.

 

 

할미꽃에 얽힌 이야기가 있지요. 여기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옛날 어느 산골 마을에 지긋한 할머니가 두 손녀를 키우며 살았다. 큰애는 얼굴이나 자태는 예뻣지만 마음씨가 아주 고약했고, 둘째는 얼굴은 못생겼지만 마음씨는 비단결처럼 고왔다.

 

어느덧 두 손녀는 혼인할 나이가 되었다. 얼굴 예쁜 큰 손녀는 가까운 이웃 마을 부잣집으로 시집을 갔고, 얼굴 못생긴 둘째 손녀는 고개 너머 아주 가난한 산지기 집으로 시집을 가게 되었다.

 

 

둘째 손녀는 먼데로 시집을 가게 되자 홀로 남게 된 할머니를 모시고 가겠다고 했으나. 큰 손녀가 남의 눈도 있으니 가까이 사는 자신이 돌보겠노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집 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큰손녀는 홀로 계신 할머니를 소홀히 대하게 되었다.

 

마침내 할머니는 끼니조차 이을 수 없는 형편이 되었는데도 가까이 살고 있는 큰 손녀는 모른 채 지냈다. 할머니는 마음씨 고운 둘째 손녀가 그리웠다. 그래서 둘째 손녀를 찾아 산 너머 마을을 향해 길을 떠났다. 하지만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할머니가 어떻게 그 높은 고개를 넘어 갈 수 있었으랴.

 

가파른 산길을 오르던 할머니는 기진맥진하여 둘째 손녀가 살고 있는 마을이 가물가물 내려다 보이는 고갯마루에서 쓰러졌다. 그러고는 세상을 뜨고 말았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둘째 손녀는 허겁지겁 달려와서 부둥켜안고 통곡했다. 손녀는 시집의 뒷동산 양지 바른 곳에 할머니를 묻고 늘 바라보며 슬퍼했다.

 

이듬해 봄이 되자 할머니 무덤에 이름 모를 풀 한 포기가 피어났다. 그 풀은 할머니의 허리 같이 땅으로 굽은 꽃을 피웠다. 둘째는 이 때부터 할머니가 죽어 꽃이 되었다고 믿고 이 꽃을 할미꽃이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