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 말씀

방산 순대집 이야기

아침햇쌀 2012. 9. 23. 10:05

그 날도 그렇게 아저씨는 순대집 문을 열었습니다.

혼자서 하는 순대국밥집이었습니다.

 

아직은 점심때가 아니라서 그런지 오는 사람도 없고 한가했습니다.

조용히 카운터에서 일을 보고 있는데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다홍색 원피스를 입은 조그마한 여자아이였습니다.

그 꼬마여자아이의 고사리 손에는 한 늙고 행색이 남루한 아저씨의 거친 손이 잡혀 있었습니다.

 

여자아이는 그 초라한 아저씨의 손을 잡고 가운데 있던 큰 식탁에 앉았습니다.

 

“아저씨! 여기 순대국 2그릇만 주세요.”

아저씨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장사 개시부터 이상한 손님이 들어와서 그랬나봅니다.

 

“꼬마야. 돈은 있니?” “그럼요.”

꼬마는 곧 식탁위에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몇 장과 돼지저금통에서 뜯은 것 같은 많은 동전들을 주인아저씨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꼬마야. 그 자리는 예약이 되어 있는 자리거든? 저기 구석자리로 갈래?”

꼬마는 싫은 내색하나 없이 다시 앞에 앉아 있던 초라한 아저씨의 손을 잡고 옆에 구석진 자리로 옮겼습니다.

 

곧 있으니 따끈따끈한 순대국 2그릇이 나왔습니다.

“여기 있다. 맛있게 먹어라.” “고맙습니다, 아저씨.”

 

초라한 아저씨가 숟가락을 못 찾았습니다.

그러자 꼬마가 그 아저씨의 거친 손에 숟가락을 꼭 쥐여 줍니다.

 

“아... 아빠, 잠깐만. 내가 소금 쳐줄께.”

아.... 꼬마 앞에 있는 아저씨는 꼬마아이의 아빠인가 봅니다.

 

꼬마는 아빠 앞에 있던 순대국 그릇을 자신의 앞으로 가져다 놓습니다. 그

리고서는 자신의 그릇에 있던 순대와 고기를 아빠의 순대국 그릇에 모두 다 옮겨 담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소금 간을 합니다.

“아빠. 내가 간했어. 국물 되게 맛있다.”

아빠는 숟가락을 어색하게 들더니 순대를 한입 넣어보십니다.

 

“맛있어 아빠?” “.......응.”

아빠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듯 합니다.

 

두 부녀는 순대국을 맛있게 먹고서는 다시 여자아이의 손을 잡고서는 일어섰습니다.

“....꼬마야, 맛있게 먹었니?” “네, 아저씨. 여기 순대 진짜 맛있어요~. 양도 많구요.”

 

주인아저씨는 꼬마가 순대를 한개도 먹지 않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곧 이어서 꼬마의 고사리 손에서 꼬깃꼬깃 접혀진 천 원짜리와 백 원짜리, 십 원짜리가 섞여져서 나옵니다.

 

“아저씨, 7천원 맞죠?”

아저씨는 꼬마가 내놓은 종이돈과 동전들을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살펴보십니다.

그러다가 백원짜리 동전 2개만 집어냅니다.

 

“꼬마야, 오늘 순대국은 내가 너무 맛없게 한것 같거든.

그래서 돈은 이것만 받을께. 대신 다음에 오면 내가 정말 맛있게 해줄께. 알았지?”

 

“.... 아저씨, 고맙습니다.”

여자아이의 눈에도, 아빠의 눈에도, 주인아저씨의 눈에도 어느새 눈물이 고여 있습니다.

 

여자아이의 손에 이끌려 가게 문을 나서는 초라한 아빠의 모습을 보며 주인아저씨는 손에 있던 백 원짜리 두개를 소중하게 주머니에 넣고 눈물을 훔칩니다.

 

우리교회가 따뜻한 눈물이 많은 교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출처:이천중앙교회 주보 목회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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