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이야기

아침햇쌀 2009. 7. 18. 10:05

       

흰 옷 입고 흰 밥 먹으며

푸른하늘 흰구름 가듯 대대로 살았네.

흙으로 백자를 구어내듯 흙에서 얻은 하얀 쌀

맑은 물로 밥 지어 반만년을 먹었네.


신토불이 아니라도 김 오르는 흰 밥

우리네 피가 되고 살과 뼈가 되어

마침내 우리네의 마음 되었네.


흰옷은 벌써 오래 전

온갖 빛깔들의 홍수에 밀려

엉겁결에 개방해 버렸다 해도

우리네 최후의 순수

흰쌀만은 오늘토록 지켰는데

이제 멀지 않아 멀고 먼 바다 건너

에이즈 많은 나라 쌀로

김 오르는 밥이 되어

우리네의 식탁 위에 오르게 되었다네.


쌀에 묻은 에이즈야

끓은 물 더운 김에 속절없이 죽겠지만

그 쌀로 밥해 먹다

우리네의 피와 살과 뼈가 바뀌어

마침내는 우리네의 희디흰 마음까지

울긋불긋 푸르죽죽 물들고 말라!


 - 초동화 시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