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월령가에 "4월이라 맹하 소만(小滿) 절기로다."라 했다. 소만이 되면 보리가 익어가며 산에서는 부엉이가 울어 댄다. 이때쯤이면 '보릿고개'란 말이 있을 정도로 내남없이 양식이 떨어져 가난하고 힘겹게 연명하던 시기다.
산과 들판은 신록이 우거져 푸르게 변했고 '추맥(秋麥)'과 '죽맥(竹麥)'이 나타난다. 음력 3.4월이면 '권농의 달'이라 하여 매우 바쁜 시기이다. 봄바람과 더불어 농사일이 바빠진다. 경운기와 트랙터를 이용한 논갈이, 모내기, 올콩심기, 면화ㆍ참깨ㆍ아주까리 파종, 춘잠치기, 3월에 심은 채소류 관리 및 김매기, 소ㆍ돼지 등 교미시키기가 그것이다.
절기가 소만에 이르면 남쪽 따뜻한 지방에서부터 감자꽃이 피기 시작한다. 감자꽃이 필 때면 아이들은 권태응의 동시 <감자꽃>을 즐겨 부르며 놀았다.
자주꽃 핀 건 자주감자
파 보나마나 자주감자
하얀꽃 핀 건 하얀감자
파 보나마나 하얀감자
이 노래처럼 하얀꽃 핀 것은 하얀감자가 달리고, 자주꽃 핀 것은 자주감자가 달린다.
아이들은 이 동시에다 그들 나름의 신명나는 후렴을 지어 부르며 놀았다.
조선꽃 핀 건 조선감자
파 보나마나 조선감자
왜놈꽃 핀 건 왜놈감자
파 보나마나 왜놈감자
자주감자는 일명 '돼지감자'라 불렀다. 생명력이 왕성해 한국 토질에 잘 되었으니, 맵고 아려서 어린애들이 잘 안 먹으려고 했다. 그러니 돼지감자는 자연히 어머니들 몫이었다.
하얀꽃 피는 흰감자는 맛이 좋아 아이들이 즐겨 먹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때문에 평지에서 연작하기가 어려웠다. 자연 맛은 떨어지지만 소출이 많은 자주감자를 심었다.
요즘에사 고랭지 지역에서 재배한 씨감자가 있지만 당시만 해도 씨감자 구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1970년대 이후 대관령, 봉화에서 바이러스에 강한 흰 씨감자가 생산되면서 흰감자가 대대적으로 보급되었다. 그러자 자주감자는 차츰 사라졌다. 지금은 어디선가 홀로 자주꽃을 피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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