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군에 있는 막내에게 보낸 편지

아침햇쌀 2009. 8. 27. 21:30

사랑하는 아들 000 병장!

 

“아! 언제나 병장을 달고 제대를 하나?” 라고 생각했던 것이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러갔구나.

 

훈련소 입대할 때, 저 멀리 멀어져가는 대열 속에 기흠이의 모습을 지켜보다 고개를 돌리고 눈물을 훔치며 기흠이를 두고 와야만 했던 그때 엄마랑 함께 손잡고 기도했던 추억이 떠오르는 구나.

 

지금까지 이렇게 건강하게 지켜주신 그리고 매년 청년부수련회와 함께 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먼저 감사드리자. 이게 큰 축복이 아니고 무었이냐?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군 생활 착실하게 잘 마무리하도록 하거라. 처음처럼 모든 행동에 조심하고 선임들과 후임들과 잘 어울려 지내거라.

 

군인은 끝 날까지 몸조심해야 하는 거야. 그러면서 제대 후 진로를 위해 기도하고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고 자료를 많이 확보하는 게 어떨까 한다.

 

입대 전보다 제대 후에는 인생이 달라져야 하는 거야 이제 어른이 되었잖니. 우리 기흠이도 몰라보게 달라졌겠지?


사회에서는 모든 일은 네 스스로 책임을 져야하고 혹여 어떤 어려움이나 불행이 올지라도 그 책임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번 남의 탓으로 돌리고 나면 책임을 떠넘기는 건 습관으로 굳어지게 될 수도 있지. 내 탓이란다.

 

기흠이는 어렸을 적부터 스스로 책임지고 신중하게 결정하는 모습을 보여 왔었지. 아버지나 엄마는 그런 기흠이가 좋았다. 그런 기흠이를 든든하게 믿고 앞으로도 지켜볼 거야.

 

기흠이는 책읽기를 좋아했었지. 아버지가 기흠이에게 부러운 것중 하나란다. 책을 많이 읽어두면 마음이 풍요로워 지고 요긴하게 활용할 때가 있다고 하더라.


기흠아. 오랜만에 편지를 쓰나보다. 편지는 참 좋은 것 같애. 편하게 마음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지. 군대 덕분에 기흠이하고 우리 서로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던게 참 좋았던 것 같다.

 

그런데 편지를 쓰면서 늘 한쪽 마음이 편하지 못한 것은 왜일까? 아버지로서 너희들에게 그럴 듯한 이야기를 하면서 실제 모범을 보이지 못하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이 점에 있어서는 미안하게 생각도 하고 남모르는 콤플랙스도 가지고 있단다.

 

그러나 편지는 이런 것까지도 덮어주고 가는 것 같다. 앞으로도 진솔한 마음이 담겨있는 편지를 계속 주고받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구나


기흠이 덕분에 아버지는 행복했던 시간들이 많았었다. 면회 간다는 핑계로 엄마랑 드라이브할 시간을 많이 가졌고, 눈이 많이 오거나 비가 많이 오면 전화해서 “비가 많이 왔는데 집에 아무 일 없나요?”라고 걱정하는 기흠이의 모습을 볼 때 자식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마음 든든함을 느꼈었고, 아버지학교에 초청받아 갔을 때 기흠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단다.

 

아버지도 군 생활을 했지만 아버지는 통신병과라 접할 수 없었던 전차를 탈 수 있었던 추억도 자랑스러운 아들이 아니었더라면 생각이나 해 보았겠냐.

 

훈련이 힘든 맹호부대! 그래도 맹호부대를 열심히 자랑하는 기흠이는 정말 맹호부대 소속 군인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단다.


부대 창설기념일에 초청받아 갔을 때 내무반을 둘러볼 수 있었고 아버지의 군생활 시절을 회상할 수 있어서 마음 뿌듯함을 느껴보는 시간도 있었단다. 요즘 군대 좋더라. 아버지의 군생활 시절을 생각하면 완전히 호텔급 수준이었지. 

 

또한 전화를 해서 때때로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던 기흠이 때문에 더 간절한 기도를 드릴 수 있었던 것 같고 또 그때마다 응답해 주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기적도 체험할 수 있었단다.


기흠아 늘 기도하는 생활을 하고 남은 군생활 많은 추억 만들고 좋은 기억으로 전우들에게 남을 수 있도록 베풀어주는 생활을 하려무나.

 

그러면 그 축복이 너에게 임할 것이란다.

제대하는 날까지 아니 이 세상 끝 날까지 축복해 주실거야.

 

제대 후에 기흠이가 계획하고 있는 일들 최대한 도와주도록 노력하고 기도해 줄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씩씩한 군인아저씨가 되길 . 안녕~~

 

2007. 7. 31

기흠이를 사랑하는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