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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내 아들에게 물려준 건 내 일생에 최대 실수

아침햇쌀 2012. 6. 14. 09:57

'대형교회 세습 1호' 충현교회 김창인 원로목사 15년만에 참회
아버지와 아들, 왜 틀어졌나 - 1997년 비난 무릅쓰고 물려줘… 2000년 아들 목사 피습
아들측은 아버지 의심… 아버지는 "자작극 아니냐"
아들 임기 연장 의혹에 초강수 - "70세 정년 지난 아들 목사 올 말까지 모든 직책 버려라"
교회측 "내년 4월 은퇴 예정"

"목회 경험이 없고 기본 자질이 되어 있지 않은 아들을 무리하게 담임 목사로 세운 것은 일생일대의 실수였습니다. 한국 교회와 하나님 앞에 저의 크나큰 잘못을 회개합니다. 충현교회 성도들 가슴에 씻기 어려운 아픔과 상처를 주었습니다…."

서울 역삼동 충현교회 김창인(95) 원로 목사가 '교회 세습'을 공개 회개했다. 교계와 사회의 맹비난을 무릅쓰고 무리한 수단을 동원해 지난 1997년 아들 김성관(70) 목사에게 교회를 물려준 지 15년 만이다.

95세 아버지, 70세 아들에게 "물러나라"

12일 경기도 이천의 한 교회에서 열린 원로목사 모임, 김 목사는 다른 목사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눈물까지 보였다. 김 목사는 이날 휠체어에 앉은 채 미리 준비한 '충현교회 회복을 위한 긴급 성명서'를 읽었다.

그는 "교회를 부흥시키기는커녕 거룩한 성전을 거짓과 욕설로 채웠다" "자기만이 복음을 소유한 자라고 외치면서 모든 목회자와 교계를 모욕했다"고 비난했다. 대상은 아들이었다. "더 늦기 전에 나의 잘못을 한국 교회 앞에 인정하고, 그와 더불어 충현교회가 회복되는 것을 나의 마지막 사명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도 했다.

김창인 목사 측 관계자는 "최근 건강이 악화되면서 돌아가시기 전에 교회와 국민 앞에 회개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안다. 측근들과도 전혀 상의 않고 혼자 성명서를 준비하고 발표하셨다"고 했다.

  서울 충현교회 김창인 원로목사가 12일 경기도 이천의 한 교회에서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준 것은 일생 최대의 실수였다”며 참회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미션 제공

 

대형교회 '세습 1호'

평북 의주 출신으로 일제강점기 신사참배에 반대하다 옥고를 치른 김창인 목사는 광복 뒤인 1948년 공산정권의 탄압을 피해 월남, 1953년에 서울 중구 인현동에 처음 충현교회를 세운다. 이후 충무로(1953~1984)를 거쳐 1984년 서울 역삼동으로 이전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야당 의원일 때부터 다녔고, 현직 대통령일 때도 장로였던 교회다. 1987년에 은퇴한 김창인 목사는 다른 목사 2명을 차례로 담임으로 청빙했지만, 각각 5년여 만에 물러났다. 1997년에는 당시 55세이던 아들 김성관 목사가 신학대학원을 마치고 목사안수를 받은 후, 당회장 자리를 물려줬다. 교인 3만5000명 정도이던 시절이다. 한국 대형 교회 '세습 1호'라는 비난이 일었다. 이후 서울 강남의 K교회, S교회, 강북의 K교회 등이 '세습 논란'에 휩싸였다.

계속된 분란과 부자 갈등

교회 세습에 대해선 당시에도 비난 여론이 비등했다. 절차도 문제였다. 김 목사는 12일 "공동 의회를 무기명 비밀투표 방식이 아닌 찬반 기립 방식으로 진행하는 무리를 했다"고 했다. 사실상 '공개투표'를 했다는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은 비난을 감수해가며 교회를 주고받았지만, 둘 사이는 오래 지나지 않아 반목하는 사이가 됐다. 2000년 1월에 발생한 김성관 목사 습격 사건은 부자 사이가 결정적으로 틀어지는 계기였다. 김성관 목사 측은 아버지를 의심했고, 김창인 목사는 "자작극 아니냐"고 아들을 비난했다.

아들 김성관 목사는 이런 분란 과정에서 교역자들을 해고하고, 장로와 집사 10여명을 제명하거나 출교시켰다는 비난을 받았다. 교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피습은) 불행한 사건으로, 이에 관련된 사람들이 스스로 인정하고 교회를 떠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김창인 목사측은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교인이 현재 1만2000여명으로 줄었다"고 주장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충현교회 전경.

 

임기 연장 의혹에 성명 발표 초강수

그동안 교계에서는 15년간 이 교회에서 목회한 김성관 목사가 '원로 목사'가 되기 위한 연한인 20년을 채우기 위해 임기를 연장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재정 문제 등을 둘러싼 분란도 이어졌다.

당회장 김성관 목사에게 반대하는 교인들이 '충현교회를 바로 세우는 모임'을 구성해 교회 재정 등과 관련한 소송을 10여건 제기한 상태이다. 충현교회는 역삼동 교회 대지뿐 아니라 기도원과 교인들을 위한 추모 묘역 등 부동산 자산이 많아 "최대 1조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이에 대해 교회 관계자는 "자산 총액도 지나치게 과장돼 있고, 교회 재산 사유화 주장은 터무니없는 모략"이라고 했다.

12일 김창인 목사는 "김성관 목사는 올해 4월 20일자로 은퇴 연령(70세)이 지났으므로 올해 말까지 당회장, 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교회의 모든 직책에서 떠나라. 임기 연장을 꿈도 꾸지 마라. 나는 충현교회의 설립자요, 원로 목사요, 아버지로서 이것을 강력하게 명령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충현교회 관계자는 "김성관 목사는 총회(예장합동)의 유권해석에 따라 내년엔 담임목사직에서 물러날 예정이었다"며 "5년 임기연장 시도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출처 : 2012. 06. 14 조선일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