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문화축제

임금께 진상하던 이천쌀밥 이천 명이 나눠먹던 날

아침햇쌀 2011. 11. 8. 08:59

- 문광부 선정 4년 연속 우수축제 ‘제13회 이천쌀문화축제’ 현장

단풍이 절정을 이루던 지난 3일, 이천 설봉공원에서는 제13회 ‘쌀문화축제’가 열렸다. ‘고향의 정취, 어머니의 손맛’ 을 주제로 열린 이번 축제는 풍년마당, 문화마당, 햅쌀장터, 쌀밥카페 등 무려 11개의 축제장으로 구성돼 젊은 세대에게는 농경문화를 체험케 하고, 어르신들은 향수를 달랠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가 6일까지 펼쳐졌다.

올해로 13회째를 맞는 ‘이천쌀문화축제’는 2008년부터 4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우수축제로 선정되는 등 해가 갈수록 명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 축제의 현장을 사진으로 전한다.
 

 

제13회 쌀문화축제가 열린 이천 설봉호수공원

 

 

‘약속길’이라는 이름의 호수 산책로

 
오전 9시 30분경 설봉공원에 도착, 이천이 자랑하는 설봉호수를 바라보니 탄성이 절로 나왔다. 청자교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호수는 한껏 물오른 단풍이 아찔하리만치 아름다웠고, 주위는 평온하기까지 했다. 화려한 유혹을 뿌리치고 농악대소리 요란한 축제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임금님께 진상하던 이천 쌀의 위상을 알리는 진상행렬에 이어 풍년을 기원하는 천제례(추수감사제)를 올리는 개막식으로 축제가 시작됐다.

행사 주최측에서는 옛날부터 풍년을 자축하며 농민들끼리 시루떡을 해서 나누어 먹었던 전통을 재현해 참가한 시민들에게 시루떡을 나눠주었다.

 

임금님께 진상하던 이천 쌀의 위상을 알리는 진상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풍년을 기원하는 천제례(추수감사제)

  
이천시농업기술센터의 연규철 농촌관광팀장은 “‘이천쌀문화축제’는 오래 전 농민들이 논에서 풍년을 자축하는 농업인 축제에서 시작돼 이제 대한민국 모든 시민이 함께 즐기는 전통농경문화체험과 도농교류의 장으로 승화됐다.”며 “외국인과 젊은 세대에게는 농경문화를 알릴 수 있는 문화행사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 무엇보다도 큰 자랑거리”라고 전했다.

쌀문화축제인 만큼 이천 쌀의 브랜드를 알리는 행사가 많았다. 고향의 향수를 자극하는 장작 타들어 가는 냄새와 가마솥에서 익어가는 구수한 밥 냄새가 축제장 전역에서 진동을 했다.

행사장 한편에서는 지름 1.6미터의 대형 가마솥에 2천 명이 함께 먹을 수 있는 밥을 짓고 있었다. 대형 가마솥에 들어간 쌀의 양은 이천 쌀 두 가마(160kg). 대형 가마솥의 뚜껑무게만도 100kg이 넘어 기중기를 이용해 열고 닫아야 했다.

 

1.6m크기의 대형 가마솥에는 2천 명이 함께 먹을 쌀밥이 지어지고 있다.

 
따끈따끈하게 갓 지어진 가마솥 밥에 고추장과 김치가 전부였지만 밥맛은 최고였다. 최미숙(50·경기 산본)씨는 “이천 쌀이어서인지 아니면 가마솥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고슬고슬한 밥맛이 정말 일품”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형 가마솥 옆, 작은 가마솥에서도 모락모락 김이 오르고 있었다. 정갈한 한복 차림에 중년을 훌쩍 넘긴 어머님들이 하얀 행주에 물을 적셔 솥뚜껑을 연신 훔쳐냈다. ‘쌀밥명인전’에 도전 중이었다.

‘쌀밥명인전’에는 이천의 14개 면의 대표자가 출전해 가마솥에 밥을 짓는데, 불 지피기부터 밥의 윤기와 찰기, 적당한 누룽지와 마무리까지 1시간 내에 맛있는 밥을 지어내는 사람이 우승자가 된다. 4일간에 걸쳐 치러지는 명인전에서 1명씩 우수자를 선발, 마지막 날에 최고 ‘쌀밥명인’을 선정한다.

 

쌀밥명인전에 참가한 후보자들

 

 

마장면에서 대표로 출전한 명인 후보자

 
백년초, 흑미, 녹차, 호박 등으로 7가지 색을 내어 만든 600m 길이의 ‘무지개 가래떡’은 이번 행사의 백미였다. 2천 명이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는 길고 긴 ‘무지개가래떡’은 풍년을 자축하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가진 이벤트이다.

 

2천 명이 나누어 먹을 600미터 길이의 무지개 가래떡

 
농경마당에서는 어르신들의 짚공예 경연대회가 한창이다. 출품작은 용마름과 닭둥우리, 짚신이었다. 3명의 심사위원들은 20분 동안 정밀하고도 신속하게, 그리고 옛 모습을 가장 실감나게 재현한 작품을 선정했다. 올해는 13살부터 짚신을 엮었다는 이천시 모가면 한상윤(76)씨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최우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용마름을 엮고있는 할아버지들

 

 

짚공예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한상윤 할아버지

 
이 밖에도 여러 가지 농경문화체험과 볼거리, 즐길 거리가 다채롭게 진행됐다. 다문화 가정이 함께 참여해서 만든 나라별 특색 옷을 입힌 허수아비 전시와, 지난해부터 부쩍 많아진 외국인들의 참여 또한 눈길을 끌었다.
 

 

다문화가정에서 만든 허수아비

 

 

멧돌을 돌려보려는 유치원 견학생

 
축제에 참여한 외국인들은 직접 떡도 만들어보고, 고추장에 비빈 쌀밥을 맛보며 우리 쌀밥에 푹 빠진 듯한 모습이었다. “뻥~ 이요” 하는 고함소리에 맞춰 폭발하듯 터져 나온 쌀밥 과자 앞에서는 박수를 치며 환호했고, 그 맛을 보고는 “한국 쌀 최고에요” 라며 이구동성 외쳐대기도 했다.

   

 

이천 쌀밥을 맛본 외국인들이 ‘한국쌀이 최고’라고 외치고 있다.
 
이천시립박물관 앞에 자리한 햅쌀장터에는 이천의 14개 각 면이 자랑하는 쌀과 곡식 등의 먹거를 판매했다. 시중에서 20kg 1포 63,000원인 이천 햅쌀을 축제 기간 중에는 58,000원에 살 수 있고, 현장에서 바로 원하는 만큼 도정도 해줬다.

예부터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서구화된 음식문화에 젖어 해마다 쌀 소비량은 급감하고, 농민들의 한숨소리는 더욱 깊어만 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와중에도 이천 쌀은 지난 2008년부터 호주를 비롯해 동남아시아 등지로 수출되기 시작하면서 날로 그 명성을 더해가고 있다. 모쪼록 이천 쌀뿐만 아닌 대한민국 모든 쌀이 명품 쌀로 거듭날수록 오늘도 땀흘리고 있을 우리 농민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자료 출처] http://reporter.korea.kr/   정책기자 조은영(프리랜서) vs_nav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