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주말이다. 오늘은 사무실 직원들로 운영하고 있는 크로바 산악회에서 원적산을 등산하기로 한 날이다. 신둔면 장동1리 마을회관 마당에 주차하고 군부대 왼편에 있는 임도를 따라 조금 오르다 본격적인 산행 길로 들어섰다. 가파른 길은 등에 땀이 흐르게 했다.
원적산은 한남정맥과 갈라진 산줄기가 북쪽으로 태화산(645m) 백마산(530m) 줄기를 떨구고 동북진하여 광주와 이천을 잇는 넓고개를 건너 솟구친 산이 정개산이고, 능선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 몇 차례 가다보면 바로 원적산이다. 전체적인 능선이 부드럽고 완만해 보이지만 땀 깨나 흘리는 등산로다. 이 산의 최고봉인 천덕봉은 높이 635m로 이천 에서 제일 높다.
산행을 시작하고 1시간 여 오르자 첫 번째 능선이 나타난다. 여기서 뒤돌아보자 이천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황사로 인해 시야가 아주 밝지는 않지만 눈 맛이 그리 시원할 수가 없다. 사방으로 확 트인 넓은 들판과 야트막한 구릉들이 정겹다. 이곳에서부터 원적산은 민둥산으로 바뀐다. 천덕봉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원적봉에 이르기까지 능선 상에서 나무를 볼 수가 없는 초원지대가 펼쳐진다. 하지만 다분히 인위적이다.
난 이 산을 등산한지가 꽤 오래 되었나보다. 그때는 원적봉에서 천덕봉에 이르기 전 전초기지 같이 들어선 563m봉은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등산객들에게 온전히 산을 내준 것 같다. 등산로 일대에 안내표지판도 잘 정리되었다. 이 봉우리에 오르면 반듯한 헬기장이 나타나는데 이천 시내를 조망하기엔 최고의 명당. 물론 산자락에 붙은 산수유마을의 모습도 이곳에서 전체적으로 한눈에 다 들어온다.
천덕봉 저 아래쪽에 군부대와 사격장이 보이고, 그곳까지 산은 나무가 자라지 않는 초원으로만 이루어졌다. 반대편으로는 긴 계곡을 따라 잘 자란 시퍼런 잣나무 숲이 눈맛 시원하다. 빈틈없이 빽빽한 잣나무 숲이 끝나는 곳부터는 낙엽송이 능선까지 바늘을 꽂아둔 것처럼 촘촘히 자라고 있다.
천덕봉 오르기 직전도 헬기장이다. 원적산 정상 천덕봉은 족히 60여 평은 넘을 넓은 터. 그 한 모퉁이에는 흰돌로 만든 정상석과 이천시에서 제작한 검은 대리석으로 된 정상석이 있다. 이산은 이천시와 광주시, 여주군의 경계지점으로 서로 정상 다툼을 한다고 한다.
정상에 오르면 북으로 앵자봉(667m)과 양자산(704m)이 보이고 남으로는 설봉산과 도드람산이 사야에 들어온다. 정상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아래쪽 이선리 주변에 골프장이 보인다. 내,외선마을에 하나씩 들어섰는데 외선마을에 있는 것이 '남천 컨츄리클럽'이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563m 원적봉으로 내려오면 북동쪽으로는 원적사를 통해 산수유마을로 내려 가는길. 원적봉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낙수제를 통해 산수유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다. 우리는 낙수제 방향으로 해서 출발지 장동리 마을회관으로 향했다.
낙수제는 70여m에 이르는 가파른 물줄기에 7m정도의 폭포로 물이 많은 여름철에는 절경을 이룰 것 같다. 한겨울 이천시내에서 원적산을 바라보면 얼음줄기가 보이는데 이곳이 낙수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약간의 운동시설도 만들어져 있었으나 주변이 무속인들로 인해 어지럽혀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지난번 폭설로 인해 산림에도 피해가 컸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많은 소나무가 눈 때문에 부러졌다. 산림이 많은 피해를 보았구나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있었다. 등산로는 남과 북이 확실히 구분되어 있다. 남쪽방향은 눈이 전혀 보이질 않았지만 능선을 경계로 북쪽은 아직도 눈이 그대로 산성을 이루고 있다.
원적산 아래 백사면 도립리와 송말리, 경사리는 산수유 마을이다. 이곳에는 수령 100년 내외의 산수유가 8천여 그루 자라고 있다. 남쪽에 구례 산수유마을이 있다면 수도권에는 이천 백사 산수유마을이 있다. 이천 산수유마을의 시작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왕조 중종 시절, 조광조를 따르던 엄용순이라는 선비가 기묘사화를 피해 이곳으로 낙향했다. 그와 뜻을 같이 한 다섯 명의 선비와 함께 이곳에 육괴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주위에 느티나무와 산수유나무를 심은 것이 마을의 시초가 되었다.
산수유 열매는 피로회복, 식욕증진 등에 효험이 있는 한약재로 이곳 주민들에게 주요 수입원이다. 현재 이 일대는 우리나라 산수유열매 생산량의 30%를 담당함으로써 명실공히 우리나라 대표 산수유마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산수유축제때 촬영한 것임.)
도립리 마을은 전국에서 둘째라면 서러워할 오랜 전통의 산수유 고장이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 남짓 거리다. 해마다 3월 말에서 4월 초에는 원적산 자락을 타고 산수유꽃이 샛노랗게 물들어 간다. 3만여 평의 산골 마을에 8천여 그루의 산수유가 꽃대궐을 차린다.
금년에는 산수유꽃이 만발한 4월 2일부터 4일까지 산수유축제가 열린다. 축제가 개최되는 이 시기엔 도립리와 송말리, 경사리 일대가 무릉도원 부럽지 않은 꽃마을이 된다. 온통 노랗게 물들여진 산수유꽃 축제속에서 봄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산수유꽃은 개화 후 15일 정도 꽃의 절경을 볼 수 있다. 이천 백사 산수유꽃 축제가 개최되는 4월 2일부터 원적산을 돌아보고 삼켜버릴 정도로 마을과 땅을 뒤덮은 강렬한 노란 꽃무더기 산수유꽃 축제 속에 빠져보길 기대해 본다.
※ 산행코스안내
종주코스 : 동원대학-->정개산-->천덕봉-->원적봉-->낙수재-->경사리, 송말리 산수유마을(산행시간 : 약5시간30분)
2코스 : 낙수제-->원적봉-->영원사--> 송말리 산수유마을(산행시간 : 약2시간30분)
3코스 : 영원사-->원적봉 -->천덕봉-->원적봉-->장동리(산행시간 : 약3시간30분)
4코스 : 장동리-->천덕봉-->원적봉-->낙수재-->경사리, 송말리 산수유마을(산행시간 : 약3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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